8월. 무릎 재활 시작
재활을 위해 다니는 정형외과는 이제껏 다녔던 정형외과랑 느낌이 다르다. 먼저 119 구급대원님이 데려다주시면서 24시간하고 자주 오는 곳이라고 하셨는데, 진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응급 뼈 부러짐(?) 케이스가 모인 것 같다. 그래서 써보는 <나의 정형외과 일지>
지난번 허리가 아팠을 때 간 정형외과는 여의도 빌딩숲 사이에 위치한 호텔과 같은 병원이었다. 무료로 커피를 주는 상주 바리스타도 있고, 재활센터는 무슨 1회에 20만원할 것 같은 감성 필라테스 같아. 엄청 친절하고 입 댈 것 없는 서비스였지만 증상의 호전은 없었다. 비싼 병원비가 아까운 맘에 갈 때마다 그린티샷라떼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발목 인대 재활을 위해서는 효창동 오래된 정형외과를 찾았는데 (이 때도 여의도에서 눈탱이 맞고, 모두닥에서 엄청 검색함) 증상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의사쌤이랑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완전 엔프피 저격 진료. 꿀잼이었다. 응급 진료가 끝나고 재활 단계에서 다녔던 병원이고 가격도 저렴하고 부담이 없어서 자주 갔었다. 요즘도 근처를 지나면 물리치료기계의 푸슝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며 평온한 마음이 든다..
이번에 다니는 정형외과는 오늘이 3회차 방문이었는데, 일단 다들 눈치백단이시다. 그리고 나도 이제 정형외과 짬이 찼는지 진단이나 추가 검사에 대해 빠릿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는데… 기특한 나…
오늘 있었던 일로 예를 들면, MRI를 찍자는 의사쌤의 말에 일단 오케이하고 나온 후 간호사쌤과 더 구체적인 대화를 나눴다.
왜 이 시점에 이 검사가 필요한지, 검사비가 얼마인지, 비급여인지, 검사하고 추가 비용은 없는지(예: MRI 판독비), 검사 결과에 따라 이후 처치가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등을 물어봤고 간호사쌤이랑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질문 끝에 보험사에 전화할 시간을 주셨고, 나는 통화로 회사보험이 70%보장된다는 확인을 받고 MRI를 찍겠다고 대답했다.
위의 질문들을 의사에게 했다면, 귀찮아서 “그럼 안할래?”하는 말투로 대답하셧을 것이고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쏟아지는 대기 환자, 나는 one of them이었을테니까 이런 반응도 이해한다. 뭔가 혼자 병원에서 잘 헤쳐나가는 능력이 생긴 좋은 기분이 든다. 이런 내 불안을 눈치를 채고 엄청 친절하게 잘 답변해주신 간호사쌤 덕분인 것 같아.
병원에는 정말 다양한 환자가 있더라. 누가봐도 운동하다가 다친 사춘기 학생들, 젊은 부모님 품에 꼭 안겨서온 아기, 머리에 붕대를 감은 할아버지, 발목 깁스를 했는데 여자친구한테 “웨이트는 해도 되지 않을까?”하던 20대 남자분, 그리고 눈에 띄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근데 첫날의 나처럼 울면서 대기하는 성인 여성은 없음)
외국인들은 주로 동남아 쪽의 사람들이었는데, 팔깁스 환자가 많았다. 자리가 없어 서있는 나를 보며 자기가 앉아있는 자리를 양보해주려 하던 내 또래의 여자분이 기억난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소통법은 완전 우리 같았다. 나랑 꽤나 거리가 있었는데 눈이 마주치자 눈으로 손짓으로 오라고 하더라. 몇 번이나 괜찮다고 손사레를 치니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는데, 내가 목발만 안 짚었다면 그 쪽으로 가서 같이 이야기를 했을 것 같다. 어쩌다 다쳤는지, 병원은 앞으로 얼마나 더 다녀야하는지와 같은 동병상련으로 할 수 있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 말이다.
아프리카 출장 때 찾은 병원에서 멍 때리고 있는 나에게 말을 건네준 여자분이 생각난다. 시시콜콜한 대화를 하다보니 금세 검사가 끝났었다. 내 불안한 마음도 말풍선과 같이 날아갔던 것 같다. 다음에 병원 갔을 때 있으면 조심스럽게 “좀 어때요?”하고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