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을 끝마치고, 그는 현역병으로 입대한다. 군대를 핑계로, 대학교 1학년은 어영부영 보냈다. 군대 갔다오면 다들 철이 든다느니, 대학교 새내기 시절에는 좀 놀아도 된다느니. 입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덕인지, 극성이던 아토피도 약간은 잦아들었다. 물론 일반인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는 군대라는 것을 빨리 끝내버리고 싶었다. 그가 군대를 신청할 때는, 청년이 많아서 입대도 줄을 서야한다던 시기다. 병무청 웹사이트를 뻔질나게 드나들던 그는, 운 좋게 입대 신청에 성공한다.
신체검사 당일
그는 신체검사를 받는 중이다. 밖에서는 개성을 뽐내는 옷차림들이었겠지만, 이곳에서는 모두 똑같이 환자복 같은 것을 입고 있다.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엇에 짓눌리기라도 한 것인가. 말썽부리는 이 하나 없이, 다들 2열로 질서 있게 이동한다.
혈액, 시력, 청력 등 대부분의 검사가 거진 끝났다. 마지막 단계는 의사와의 면담이다. 면담이 끝나면, 의사가 서류에 무언가를 쓰던 도장을 찍던 했다. 대상자의 신체가 현역 몇 급인지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긴장하며 앉아있던 그에게도 차례가 온다. 몇 마디 오가지 않았던 대화이나, 인상에 꽤 강하게 남아 있다.
- 안녕하세요.
- 어, 앉아요.
- (앉으며) 네
- ... (검사 결과인지 무엇인지를 읽고 있다)
- ...
- 따로 약 먹는 거 있어요?
- 아니요.
- 병을 앓았던 적은?
- 없어요. ... 아, 아토피가 조금 있는데요
- 아토피? 보여줘봐요
- (입고 있던 옷을 올린다)
- 음... 아토피가 있네
- ...
의사는 말이 없다. 그는 의사의 다음 말을 기다린다. 어떤 말이 나올까. 혹시 면제를 해준다고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때의 그는 무지하다 못해 무식할 정도다. 설령 면제를 해준다 하더라도, 남자답게 군대는 가겠다고 고집을 부려야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그다.
- 원하면, 4급으로 해줄게요
- (4급?) 4급이면... 좋은 게 있나요?
- 없어. 동반 입대 신청 안 돼
- (???) 아 그럼, 그냥 원래 결과로 해주세요
- 그래? 2급.
아토피를 배제하고 평가한 그의 신체는 2급이다. 그는 내심 1급을 기대했는데, 시력으로 인해 2급을 받는다. 좌우 시력이 다르다는 것이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가 보았던 중에서는, 1급을 받은 인원은 매우 드물었다. 시력이 좌우 균등하며, 모두 1.2 이상은 나와야하는 것 같았다.
통보받은 일자에 맞춰 입영 장소에 도착한다. 그의 입영 장소는 102 보충대다. 당시에는 보충대가 세 곳 있었다.
논산 / 306 보충대 / 102 보충대
논산과 306은 서울 가까운 곳에 자대를 받을 확률이 높지만, 102 보충대는 그렇지 않다. 102 보충대 훈련병들의 자대는 대부분 강원도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는 그 말이 좋은 것인지 무엇인지도 몰랐다. 자고로 남자라면, 군대에서 빡세게 고생 한 번쯤은 해보는 것도 나름 경험이지 않겠는가!
훈련병 5주 후, 그에게 배정된 자대는 강원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