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있다. 나이는 그대로, 기억도 그대로. 그 상태로 대학생이 되어 수업을 듣는 모양이다.
건물 내부, 어느 긴 벤치에 앉아있다. 여기저기 익숙한 것 같은 얼굴들이 있다. 그때, 저 멀리서 한쌍의 남녀가 걸어온다. 남자는 특색이 없으나 편한 부위기, 여자는 꽤나 화려하게 생겼다. 꿈 속의 나는 이 둘을 알고 있다. 구면인 듯하나, 대학교 시절에는 그리 친하지 않았던 눈치다.
남녀가 바로 내 옆에 앉는다. 여자는 나보다 한 살 연상, 화려한 외모인데다 말을 붙이기 어려운 차가운 인상이다. 말이나 걸어본다.
- 누나 오랜만이네요
- 어 안녕! 잘 지냈어?
말을 걸어주길 기대라도 한 마냥, 차갑던 인생이 한번에 바뀐다. 마음이 놓이고, 대하기가 조금 편해진다.
- 잘 지냈죠. 누나는요?
- 나? 나도 잘 지내지.
- 학교 오랜만이네요. 누나 데이비드 형 기억해요?
- 그럼
- 누나는 데이비드 형 어떻게 불러요? 데이비드라고 부르죠
- 나는 데이비드라고 부르지
- 너도 수업 듣는 거야? 학교 오래 다니네
- (현실의 기억이 혼합되어) 네 저는... 학교 오래 다녔죠
- 우리 나이대가 별로 없어
- 저는 사실 일하고 있는데
- 아 일하고 있어? 잘 됐다!
- 네 그런데
- 뭐가 안 좋아?
- 네 저는,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안 들어요.
- 그렇구나... 나도 지금 나이가...
장면이 갑작스레 전환된다. 눈앞에는 G 대리가 앉아있다.
- 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싫어요.
- 일이 싫어? 나도 너무 싫었어
- 대리님도 그랬어요?
- 그럼.
- (실망한 기색으로) 그런데 어떻게 지금까지 계속 하셨어요? 가족이 있어서인가요
- 나는 부인이...
- 부인이요? (그만두면 절대 안된다 그런 거였나요? 아니면... ... )
이야기하려했으나, G 대리는 가족을 본 듯 저쪽으로 손을 흔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