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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 얼굴 학생 Jun 22. 2024

50 - 리더방 이슈 공유 횟수

노가다 1

 평화롭던 사업지원팀이 시끄럽다. S 팀장, T 과장, U 과장 다들 정신없이 바쁘다. 그는 상황을 모르고, 전혀 개입되어 있지 않다. 알고 보니, 이때가 사업지원팀이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인 '임원워크샵' 시기였다.


 임원워크샵, 임원들이 모여서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나아갈지를 논하는 회의다. 이름이 워크샵인 이유는, 원래는 임원과 리더들이 저 멀리 호텔 같은 것을 잡아놓고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때는 며칠 동안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참 좋았더랬는데, 전염병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회사 대회의실에서 그냥 진행했단다. 이름만 워크샵일 뿐, 규모가 크고 신경을 많이 써야하며 당일에도 긴장해야 하는 회의가 되었다.


 그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정신이 없다.

  S 팀장 : 장표 어디까지 진행했어?

  T 과장 : 영업팀 초안 받았고, 수행팀은 아직 못 받았습니다.

  S 팀장 : 팀별 목표랑 평가는?

  U 과장 : 지금 취합 완료되서 진행 중입니다.

  S 팀장 : 수행이 안 준다고? 내가 전화해볼게. 이번주 내로는 어느 정도 윤곽 나와야 된다.



 멀뚱멀뚱 있는 그, T 과장이 그를 부른다.

  T 과장 : 얼굴아.

  그 : 네!

  T 과장 : 바쁘니?

  그 : 아닙니다!

  T 과장 : 이거, 팀장님께서 지시하신 업무인데. 우리 리더들 모여있는 메신저 방이 있어. 거기에 주기적으로 이슈 공유를 하거든. 업계 관련 기사 같은 거. 너가 지금 신문 기사 올리는 거랑 비슷한 거야.

  그 : 네!

  T 과장 : 우리가, 리더방에 이슈 공유를 몇 번 했는지를 알아내야해. 올해 초에 KPI 잡을 때 우리 팀(사업지원팀) 평가 항목에 이슈 공유도 넣었거든.

  그 : 아, 네!

  T 과장 : 지금 보내주는 파일이, 리더 메신저 방 내역 쭉 다운로드 받은거야. 여기서 검색해서, 기사 공유 횟수 몇 번인지 뽑아줄래? 구분별로도 필요하니까. 뭐, 업계 기사, 경쟁사 현황, 금리 이런 식으로 표로 구분을 만들어서 줘.

  그 : 알겠습니다!



 T 과장에게서 받은 파일을 연다. 텍스트 파일 형식으로, 연초부터 계속된 수개월치의 메신저 내용이다.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가 전부 적혀 있다. 그는 이 내역에서, 기사 공유 건을 뽑아내야 한다. 기사 공유를 몇 번 했는지, 공유한 기사 내용은 무엇인지. 


 기사를 공유할 때는, 간략하게 내용을 적고 기사 링크를 덧붙인다. 링크의 주소는 대부분 www로 시작된다. 그는 메신저 내역에서 www를 검색한 뒤, 검색된 링크를 복사하여 인터넷 창에 붙여 넣는다. 어떤 기사인지 간단히 읽어보고, 주제별로 구분해가며 공유 횟수를 센다.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지만, 이번에도 그다지 대단한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일을 시킨 T 과장조차도 그리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다. 언제까지 달라는 말도, 얼마나 되어가냐는 말도 없다.(T 과장은 항상 바쁘긴 했다) 


 그래도 그는 열정적인 신입사원,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니 성실하게 노가다를 한다.  몇 달치를 정리해야하니, 작업에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마침내 표를 만들어 T 과장에게 제출한다.



 리더방 메신저 내역에서 기사 공유 횟수를 세면서,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과 불만을 느낀다. 주어진 일이 너무 쉬워서, 아니면 중요도가 적은 일이라서? 단순히 그런 이유는 아니다. 그는, T 과장의 말을 되뇌인다.

  'KPI 잡을 때 사업지원팀 평가 항목에 이슈 공유를 넣어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즉 핵심성과지표다. 말 그대로, 핵심 성과에 대해 평가하는 지표라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그런 KPI는, 당연히 핵심적인 성과에 대한 것이 아닌가.


 사업지원팀의 KPI에 이슈 공유가 들어있다. 리더 메신저 방에 기사를 공유하는 것이 사업지원팀의 핵심 성과란 말인가. 메신저 내역을 읽어보니, 관심을 보이는 리더들도 있지만 대부분 관심이 없다. 그가 매일 하고 있는 신문 기사 공유조차도, 팀원들 중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드물었다. 이러한 류의 업무는 신입사원의 적응 및 업계 용어에 친숙해지라는, 아직 사라지지 못한 관행 같은 것이라고 여겼던 그다. 그런데 사업지원팀은 이 기사 공유를 아예 KPI로 평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그가 만든 표는 채택되지 않았다. 분류 구분이 적절치 않다며, S 팀장이 분류 구분을 다시 설정했으며 그는 바뀐 분류에 따라 기사의 숫자를 재조정했다. 

 

 그가 업무를 진행하며 느꼈던 불안과 불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슈 공유가 핵심 성과라. 그 말은 결국, 사업지원팀에서 이루어내는 성과라는 것이 상당히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는 반증 아닐까. 신입사원임에도, 그는 자신의 생각이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의 불만과 상관없이, 임원워크샵은 어찌저찌 잘 끝났다. 이때의 그는 임원워크샵 일정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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