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독감에 걸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열심히 병간호를 하고 있는데 막상 아픈 사람이 제일 힘들 것 같아서 신세한탄은 잠시 미뤄두고 그냥 옆에서 이것저것 챙기고 있다.
예전에 가족이 심하게 아파 대학병원에 2달간 입원한 적이 있었다.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었는데 그때 최악의 상황을 겪고 난 후라서 그런지 이제는 웬만한 시련은 다 그럭저럭 넘어가는 것 같다.
병원에서 가족이 수액을 맞는 동안 굳이 챙겨간 책을 한 권 다 읽었다. 제목마저 내 상황과 딱 떨어진다면서 위로를 받았다.
조용하던 집이 조금 소란스럽다.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하루 종일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명절과 비슷하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명절을 싫어한다. 부산스럽고 많은 이들과 부딪혀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조용함을 좋아한다. 조용하고 혼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이 이처럼 소중한 것인지 깨닫는 요즘이다.
혼자 무언가를 하다가도 달려가서 아무 계획에 없던 시중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가족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는 데는 나의 간병이 최고의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우울할 정도로 힘들진 않다. 한탄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니멀라이프도 나에게 큰 힘이 되는 생활방식이다. 잡동사니가 어질러져 있으면 오로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흐려진다. 혼자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 있음으로써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누군가와 함께 살면 끊임없이 소음에 시달린다. TV소리, 혼잣말 소리, 노랫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나타나 말을 건다. 혼자 살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모든 것을 감수하고 새벽 기상을 택해서 조용함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어려워져서 혼자 있는 시간은 너무 소중해졌다.
나에게 고요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거침없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다이어리를 꺼내어 기록하는 시간을 보낼 것이다. 그 시간들은 온전한 나로 만들어준다.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고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 속에서 성장한다.
매일 단 한 시간이라도 조용히 허락되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겨 보니 시간을 낭비하고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냈던 과거를 반성한다. 복잡함을 비워내고 조용하고 단순하게 지낸다는 것은 축복이다.
고통이 특별한 순간에만 찾아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 고통의 시간을 견디는 힘을 길러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 평범한 일상이 다시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몰래 방으로 들어와 글을 쓰고 있다. 이 평온한 시간이 영원할 수 없기에 더 소중할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허투루 쓰지 않고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데 쓰겠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나 혼자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거나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참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