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면서 많은 것들을 내 눈앞에서 치워 버렸다. 비우고 처분하면서 정화되는 마음이 좋았다. 어쩜 상상도 못 했던 유물들을 발견했다면서 신나게 비우기도 했다. 처음에는 비우는 것이 재미있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자괴감이 몰려왔다. 비싼 돈을 들여서 이 많은 쓰레기들을 왜 샀는지 후회했다. 부피가 큰 물건들은 비우는 데는 돈이 들기도 했다. 몇 박스씩 기증을 하고 쓰레기봉투도 여러 차례 채워 버렸다. 의류수거함에 옷과 신발을 가득 넣고, 나눔을 했다. 신경 쓰이는 것들을 얼른 없애고 싶어 박차를 가했다.
그런데 버리는 게 다가 아니었다. 내 눈앞에서 치우고 내 집에서 나간다 해도 지구 어딘가로 보내져서 쌓이는 것이다. 나에게 쓸모가 없는 물건도 누군가는 정성껏 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무작정 비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다. 비우는 것이 선행되어서는 안 된다. 끝까지 쓰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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