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주하 Mar 01. 2024

나는 왜 연애하기가 싫을까

부끄러워서 말하고 싶지 않은데 말하고 싶다

 며칠 전부터 허공에 대고 '아, 내가 왜 연애해야 해! 하기 싫어!!' 하며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런데 나는 왜 연애하기 싫을까?

그냥 예쁜 여자 사진이 보기 좋아서.....

https://youtube.com/shorts/pYf14Y_E8PY?si=yFF-UVZR8Ov_4C3T

 그래, 이 영상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

'진짜 자존감은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데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굉장히 어렵다. 왜냐면 창피하니까.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요즘 부쩍 연애하기 싫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왜 연애해야 할까? 20대 연애율도 많이 낮아졌다는데. 관련된 유튜브 영상을 보면 멋진 대답들이 많다. '연애하면서 시간과 돈, 감정소모를 하느니 차라리 그 에너지로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낫다.' '이상한 사람을 만나서 고생하느니 아예 안 만나는 게 낫다.'

누군가 내가 연애 안 하는 이유도 이렇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사실 이게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나는 '진정한 사랑'이나 '감정적인 교류'의 기준이 매우 높다. 바라는 게 크다는 뜻이다. 나는 비싼 선물을 바라지도, 데이트코스를 촘촘히 짜고 여기저기 다니며 사진을 찍어대서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지도 않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교감'의 기준이 높다 보니 연애를 해도 공허함만 남는 기분이다.


불행인지 축복인지 나는 '깊은 교감'을 한 적이 많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사랑받아본 경험이 몇 번 있다는 것이다.

 사귄 적 없는 남사친과 아주 적나라하게, 인터넷에 익명으로 쓰기에도 '좀 그렇다.' 할 정도로 솔직한 이야기가 오간 적이 많다. 사실 수년 간 늘 그랬다.  누군가를 향한 미련, 미움, 혐오, 성욕, 사랑 등...... 약간 일본 소설에서 표현하는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의 모습, 속마음 같은 것 말이다.

 단지 내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 내가 좋다고 한 남자가 있었다. 어릴 땐 이게 진정한 사랑에서 가장 먼 것 같았는데 지금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추한 모습도 많이 보여주고 상처도 많이 주었는데 외모가 자기 마음에 든다는 이유 하나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엔) 다 용서가 되는 듯했다. 영화 뷰티인사이드처럼 외모가 계속 변한다면 나에게 이런 관용과 사랑을 베풀지 않았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으므로 나는 이 사람의 사랑을 '내가 받았던 사랑 중 가장 무조건적인 사랑에 가까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의 어두운 속마음과 가정사를 모두 듣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고도 날 아껴준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 덕분에 나는 수치심에서 벗어나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누구에게도, 심지어 본인 일기장에도 쓰지 않을 (다소 추악하고 역겨울 수 있는)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거나 오히려 흥미로워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것'혹은

'상대방의 외모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얼굴만 보면 과거에 줬던 상처나 괴로움을 잊는 것.' 혹은

'상대방의 막장 중의 막장 가정사를 듣고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고도 (아니 그래서 오히려) 따뜻하게 품어줄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갑자기 타인의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연애를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선호하는 사람으로 키가 큰 사람, 옷을 어떻게 입는 사람, 답장을 빨리 하는 사람, 외향적/내향적인 사람 등등......  


책을 고르는 스타일도 그렇다. 나는 (주간, 월간)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다. 수십 년, 수백 년간 계속 읽히고 명작이라고 칭찬받는 어려운 책들을 '꾸역꾸역' 읽는 것이 좋다. 어떤 책은 이해가 되는 둥 마는 둥 하며 읽고 읽기 싫어 죽겠는 마음을 꾹 참으며 읽지만 요즘 유행하는 책 보다 (요즘은 책 내용과 표지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어서 서점에 가면 비슷비슷한 책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양서'가 좋다. 가볍게 하루 이틀 쓱 읽는 게 아니라 그 책이 주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이 좋다. 그리고 그 깊고 진한 내용들을 가슴에 담고 음미하는 것이 좋다. 책뿐만 아니라 영화도 같은 영화를 계속 보거나 여러 전문가 입장에서 자세하고 통찰력있게 분석한 영상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1년에 몇 권 읽었다고 자랑하는 것에는 흥미가 없다.


아, 이 삭막한 세상에 너무나 걸맞지 않은 걸 바라는 걸까. 나도 차라리 보통의 연애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더 행복했을 거란 생각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탈락'한 당신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