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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주하 Mar 02. 2024

거절당하는 게 너무 수치스러워

아무도 나를 거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please, love me!

'환승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만나던 상대와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연인관계를 형성하는 것.

단어만 봐도 화가 나는 사람도 꽤 많을 것이다.


 나는 주변에서 환승이별 한 썰, 당한 썰을 들어보면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바람피운 얘기보다 더. 특히 환승이별 한 썰을 얘기하는 상대방을 보면 뭔가 고쳐주고 교정해주고 싶달까. 상대방에게 차이고 홀로 남겨진 상태를 너무 과할 정도로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느낌, 자길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상태를 못 견디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뭔가 애인이 없는 사람을 하찮은 사람으로 무시하는 게 느껴지는데, 솔직히 그럴 때마다 '왜 저럴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나에게도 있을 줄이야. 사실 나에게 있는 모습이라, 그게 거울에 비치는 것 같아서 유독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


https://youtu.be/OYQewjSYHVc? si=h1 jGFkQX5 OJYKDnP


 


영상에 나온 팝핀현준의 경우엔 '무시하는, 성의 없이 대하는 행위'에 대한 인지왜곡이 있는 것 같다. 나의 경우엔 거절당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팝핀현준의 말을 듣다 보니 탁 '어 이상한데?' 싶은 부분이 있었다. 03:10초부터. 남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데 이런 무시를 당하는 게 화가 난다는 부분이다.


보자마자 아, 나도 저런 생각하면서 화내는데, 잘못된 생각이구나 고쳐야겠다. 싶었다.


나는 팝핀현준만큼이나 내 인생에 대한 애착이 큰 사람이다. 나는 살아오는 내내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그 옆에서 참고 인내하느라 뒤틀린 엄마의 인격(사실 분풀이)을 다 감당해내야 했다. 열악한 환경과 가난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럼에도 일탈은커녕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 이렇게 브런치(글쓰기 플랫폼 중 뭔가...... 가장 고상한 느낌이 있다.)에 글도 쓰고 있다. 나는 이런 나를 정말이지 무지무지 사랑하고 자랑스럽다.


나는 나의 이런 부분까지 고쳐야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이다음에 이어지는 생각들은 조금 왜곡이 된 것 같다.

1. 이것(고통스러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잘 성장한 것)을 남이 알아주길 바란다.

-사실 사람들은 각자의 콤플렉스나 단점이 있다. 누가 뭐래도 본인에겐 그게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며 난제이다. 그러므로 각자의 입장에선 이런 짐을 짊어지고 사는 개개인들이 가장 대단하고 칭찬받을만한 사람이다.

내가 보기엔 나의 삶이 대단히 고통스러운 것 같은데, 어릴 적부터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위인전만 봐도 내 고통은 굉장히 평범한 축에 속한다. 그리고 위인전에 실린 사람들조차 날카로운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하물며 나 따위가......


2. 거절을 당하거나 무시를 하면 내 인생이나 나의 가치를 평가절하 당한 것 같아 수치스럽고 마음이 상한다.

-영상에선 방송관계자가 성의 없이 대하는 태도에 분노를 느끼는 모습이 나온다. 자세한 스토리는 모르지만 방송관계자가 왜 성의 없이 대했을지 이유를 생각해 보면 '그냥 원래 그 사람이 예의 없는 사람이어서' '팝핀현준이 본인들이 생각한 그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날따라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어서' 등이다. 물론 몇 가지 마구 짜내보자면 진짜 팝핀현준이 추측한 것처럼 '하찮아서.'가 나올 수도 있겠다.

 이유가 어쨌든지 간에, 자기 방송에 이 사람을 쓰고 싶은 간절함이 없으니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인 것 일 텐데 그게 곧 '팝핀현준은 질이 안 좋아서 싫다.'라고 표현한 건 아니다.


어릴 땐 정말 안 그랬는데(오히려 너무나도 적극적이었는데), 요즘의 나는 이성에게 거절당하는 게 너무 굴욕적으로 느껴지고 수치스럽다. 그 이유는 위에 적은 2번인 것 같다. 상대방에게 거절을 당하면 나의 모든 가치가 평가절하 당한 것 같아 자존감이 뚝, 수직낙하한다. 어떻게 하면 이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문득 우리 강아지 산책시킬 때가 떠오른다.


우리 강아지는 시바견 블랙탄(검은색 시바견)인데 내 눈엔 세상에서 가장 예쁘지만 포메라니안이나 비숑처럼 누구나 보자마자 사랑에 빠질 만한 견종은 아니다. 호불호가 조금 갈리는 편이랄까.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진 않아도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하진 않는 경우가 많다.

산책을 시킬 때면 가끔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화들짝 놀라고 피하거나 그러진 않아도 반기며 꼬리 치는 강아지에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고 마음 상해하지 않는다. 재빨리 목줄을 당겨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거나 자기에게 시큰둥한 사람에게 관심이 쏠린 강아지를 재촉해 가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상대방이 크게 놀라거나 불쾌감을 표현했다면 마음을 다해 사과한 후 얼마 뒤 잊어버린다.


지금의 나는 이 상황에서 '아 왜 우리 강아지 안 예뻐하지? 우리 강아지는 급하게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그걸 빼려고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어도 물지 않을 만큼 자제력이 강하고, 다른 강아지와 달리 털이 매끈해서 만지면 행복해지고, 표정도 다양해서 속마음이 잘 읽히는 듯한 재미도 있고, 가끔 사람 말을 잘 알아들어서 신기하고 무서울 정도인데 왜 우리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는 거지? 우리 강아지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고 폄하하는 것 아니야? 자기들이 뭔데 우리 강아지를 사랑하지 않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알고 보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

라고 화를 내는 격인 것 같다.


 그 사람은 원래부터 강아지를 좋아하지 않았거나 검은색, 꽤 큰 강아지는 무서워하는 사람이지 딱 '내가 키우는 검은색 시바견'을 싫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그 사람이 지적하며 고쳐달라고 하지 않는 한 (예컨대 목줄 길이 같은 것)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내고 고쳐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이제 나도 날 거절한 사람을 마주하면 재빨리 피하거나 하려던 것에 집중하면 된다. 불쾌감을 주었다면 진심을 다해 충분히 사과한 후 얼마 뒤 잊으면 된다. 나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 굳이 알아낼 필요도 없으며 알려줬다 하더라도 '검은색 강아지가 원래부터 싫고 무서워서' 따위의 것이라면 별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 거절 당할 때마다 모멸감을 느끼는 이유엔 내가 거절하는 대상을 모멸하기 때문도 있는 것 같다. 감정은 무자르듯 자를 수 없으니 거절을 할 때마다 그사람에 대한 단점을 계속 생각하며 혐오감을 극대화하여 거절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화하곤 한다. 이런 습관을 버려야 겠다.

내가 거절한 사람 = 나와 안 맞는, 남의 눈엔 최고일 수 있는 사람

따라서 타인에게 거절 당한 나= 그 사람에겐 별로인, 남의 눈엔 최고일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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