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교선 May 25. 2021

남미 여행 일지 14. 신의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 2

20대 중반 남자 4명의 남미 배낭여행기

이번 역은 기차 무덤. 기차 무덤입니다.



 투어용 차에 올랐다. 한국에서 혼자 여행 오신 여성분과 함께 한국인 5명은 들뜬 마음으로 우유니로 향했다. 가이드의 이름은 조메르였다. 조메르의 차는 따가워진 햇살을 받으며 유유히 출발했다. 우리는 바로 소금사막으로 가나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하얀 소금은 안보였다. 첫 투어 장소는 기차 무덤이란 곳이었다. 어쩐지 모래사막밖에 없더라니. 순간 실망할뻔했지만, 풍경이 예뻐서 차에서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차 무덤. 말 그대로 모래 벌판 위에 오래된 기차들이 녹이 슨 채 죽어있듯 멈춰있었다. 사람들과 물건들을 가득 싣고 어딘가를 열심히 달렸을 기차. 이제는 생을 마친 육신을 사막 위에 남겨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전쟁이 끝난 이후 황폐해진 세상 같았다. 특히 한 구역에 쓰레기들이 잔뜩 있어서, 황폐한 미래 배경의 영화 속 장면 같았다. 황량한 사막에 한쪽엔 쓰레기들, 철길과 기차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쾌청한 날씨여서 푸르른 하늘과 사막의 모습이 어우러져 쓸쓸함보다는 기차의 웅장함을 내뿜었다. 기차의 모습은 마치 노쇠한 무장이 전장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사막은 황토빛 모래색으로 세상을 채웠다. 더운 공기 위로 구름 뭉텅이가 흘러 다녔고, 그 그림자는 기차 위에 드리워져 철길 위를 지나다녔다. 많은 사람들이 기차 주변에 모여 사진을 찍고,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도 가세하여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놀이터에 온 아이처럼 기차에 올라가 보기도 하고, 철길에 앉아서 혹은 단체로 뛰면서 사진을 남겼다. 버려진 철길에 앉아 지평선과 하늘 끝이 닿은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어디에서 찍어도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담겨 멋졌다.





이제 진짜 드디어 소금사막으로...?


다시 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번에야말로 소금사막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조금 길었다. 주변은 온통 자연뿐이었다. 중간에 경찰이 검문하기도 했다. 유명 관광지지만 이정표가 없는 사막인지라 길을 잃기 쉬워 허가된 자만 들어가는 모양이다. 와카치나에서 느꼈지만 사막에서 길을 잃으면 정말이지 백골이 될 때까지는 그 누구도 발견할 수 없을 것 같다. 검문을 하고도 차로 20~30분 정도 이동했다. 어느 정도 지루함이 올라올 즘에 가이드가 잠깐 차를 멈췄다. 소금사막에 들어가기 전에 화장실도 들리고, 기념품 가게도 들릴 겸해서 차를 세웠다. 우유니에서 채취한 소금을 아기자기한 병에 담아 팔기도 하고, 각종 인형이나 모자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감사하게도 동행한 한국 인분이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리셨다. 더운 날씨다. 어떤 아이스크림이든 맛이 없으랴! 민트 초코도 맛있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바닐라맛이었고 입에 사르륵 녹았다. 기념품 구경도 했겠다, 화장실도 갔겠다, 드디어 소금사막으로 갈 시간이다.




 입구에서 장화로 갈아 신었다. 땅이 젖은 지역이니, 장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가이드가 준비해온 장화를 대충 발 사이즈에 맞게 신었다. 입구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비석을 지났다. 사고가 난 걸 기리는 무언가 같은데 알 길이 없었다. 장화로 갈아 신고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정말 하얀 바닥이 세상에 가득했다. 그렇긴 한데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릴 처음 반긴 것은 살짝 젖어있는 소금사막이었다. 우리가 기대한 것과는 풍경이 많이 달랐다. 인터넷이든, 책이든 물기 가득한 소금사막 위로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장관을 보여줬다. 그리고 우린 그걸 기대했다. 하지만 우리 눈 앞의 소금사막은 군데군데 젖어있을 뿐, 하늘이 비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냥 하얀 소금이 온 세상에 가득한 소금사막일 뿐이었다. 곳곳에 흙이 섞인 부분도 있어서 살짝 지저분한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일단 소금을 직접 밟아보면서 소금사막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하늘이 푸르렀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멋졌다.


 




순백의 사막, 우유니


 다행히도 차를 타고 더 이동했다. 두 번째로 내린 곳 역시 소금사막. 이곳은 건기의 사막이다. 바짝 바른 소금들이 온통 가득했다. 차에서 내리면 파란 하늘과 하얀 소금밖에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흙도 존재하지 않아 진짜 하얀 소금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을 기준으로 마치 그림을 그린 것처럼 위로는 파란색, 아래로는 하얀색이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 세상. 원근감이 사라진 세상. 그 끝엔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소금 알갱이들이 부서지며 바스락 소리를 낸다. 무수히 많은 바닷물들이 강렬한 태양빛 아래 소금이 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사막이 되었다. 한여름에 눈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이런 풍경일까. 건조하고 짠기 가득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곳에는 특이한 숙박시설이 있다. 바로 소금 호텔. 소금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호텔이다. 일부 공간은 정말 소금으로 지어진 곳이다. 소금 호텔에 한 번쯤 머무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겠지만, 물이 잘 공급되지 않고 일교차가 커서 별로 머물고 싶진 않았다. 말 그대로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은 것이니 물이 얼마나 귀하겠는가. 오아시스도 보이지 않는다. 있어도 짠맛밖에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고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호텔 내부에서 식당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관광객들이 식사 중이었다. 생각보다 많아서 놀랐다. 구변에는 다양한 국기가 꽂혀있는 포토스폿이 존재했다. 수많은 국가의 국기들이 사막의 바람을 맞으며 펄럭이고 이었다. 사막뿐인 이곳에서 소금 호텔과 더불어 사람의 손이 탄 유이한 공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다들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우리고 질 수 없어 태극기를 찾았다. 당연하게도 태극기도 열심히 그 모습을 바람에 맞긴 채 펄럭이고 있다. 한국인답게 본능이 이끄는 대로 태극기를 찾아 사진을 찍었다. 여러 포즈를 취하며 함께 동행한 분과 연신 사진을 찍었다. 군필 사나이들답게 국기에 대한 경례 포즈도 잊지 않았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유니도 식후경


점심식사는 여행사에서 제공해주었다.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간이의자에 앉은 채 사막 한가운데서 식사를 했다. 가이드의 여동생이 직접 지은 밥을 포장해온 것이라 했다. 닭고기찜과 야채볶음 그리고 밥이다. 간단했지만 간이 알맞아 맛있었다. 가짓수가 적어도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식사가 만족스러운 법이다. 여태 우어에서의 식사들은 가짓수는 많아도 별로 먹을만한 것은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서 먹을 게 없는 것보다, 분식집에서 맛있는 제육볶음 하나가 훨씬 나은 법. 잘 만든 닭고기찜 하나로 한 공기 뚝딱했다. 가이드가 자랑할만했다. 다만 사막 한가운데서 먹는 식사라서 내리쬐는 햇살을 견뎌야 했다. 소금이라 온통 하얘서 그렇지 이곳도 사막은 사막이다. 사막의 햇살은 정말 강렬하다. 바닷물도 전부 소금으로 만들어버리는데, 사람 살갗은 오죽할까. 선크림을 목 뒤에 이중삼중으로 발랐다.



 식사 후 잠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시간을 보냈다. 하얀 땅과 하얀 구름, 그리고 파란 하늘만이 온통 그득하다. 어딜 둘러보아도 하얀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다. 새하얀 땅만 보고 걸으며 소금 사막을 밟을 때 나는 소리를 들어보기도 하고, 원근감을 이용해서 마치 입에서 구름을 내뿜는 것처럼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사진 찍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조그마한 물웅덩이에서 물이 말라가면서 나타나는 소금 결정도 보았다. 살얼음 같은 소금이 신기하다. 다만 선글라스가 없었으면 눈이 멀었을 정도로 햇살이 강하다. 하얀 사막은 햇살을 마구마구 반사해댄다. 잠깐만 벗어도 사방이 눈 부시다. 그러니 꼭 선글라스는 필수 중에 필수다! 


 자유시간을 만끽하고 나서 다시 차에 올랐다. 장소를 이동해서 가이드가 원근감을 이용한 사진을 찍어주는 포토스팟으로 갔다. 인터넷으로만 보던, 원근감을 주시한 사진을 찍을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미 여행 일지 14. 신의 거울, 우유니 소금사막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