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딜러 서비스는 원래 딜러의 호의지 고객의 권리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며칠 전 차를 계약하면서 딜러한테 다른 건 안 해줘도 되니까 블랙박스랑 선팅만 해달라고 했다. 그때까지도 내가 마치 호의를 베푼다는 느낌이 강했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라는 딜러. 나랑 불과 한 살 차이 밖에 안 난다면서, 어떻게 차를 두 대나 운용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지만 딜러한테 비치는 건 그런 사정과 무관하게 동년배가 터억- 차를 사러 온 것이니 굳이 변명하지 않았다.
자동차 카페에서 그날만 해도 딜러 서비스 얼마나 받았는지, 자기는 이렇게 받았는데 괜찮게 받은 건지 문의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고, 서비스를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답글이 여럿 올라왔다. 그 방법론의 기본 전제는 (다행히?) 서비스는 딜러의 의무는 아니나 그것을 최대한 많이 받는 것은 합리적 소비 활동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사회적 통념상 딜러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내가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셀프 호구를 자처한 건가 뭔가 부정적인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잠깐 고민에 빠질 찰나 중2병이 훅 치고 들어왔다. '원래 정의라는 건 긴가민가 할 때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데서 시작하는 거야'라며...
딜러랑 통화로 계약 마무리 지으면서 그냥 블박이랑 선팅도 안 해줘도 된다고 덧붙였다.
"진짜 제가 아무것도 안 해줘도 돼요?"
"(쿨한 척)네, 원래 안 하는 게 맞는 거잖아요."
어디선가 슈퍼 에고가 발동해서 너무 도덕적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딜러 서비스를 안 받겠다고 한 것이 지금 시점에서 병리적인 행동이었을까? 지금도 내가 옳은 행동을 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부디 나중에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