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중심적 사고방식의 중요성
2020년 신년사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스타벅스를 경쟁사로 꼽았다. 이게 무슨 말일까? 커피 회사와 은행은 다소 생뚱맞아 보인다.
기술은 스타벅스와 같은 커피회사마저 은행 경쟁사로 만들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0년은 과거 10년과 전혀 다른 모습의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변화 리셋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2014년에 도입한 '사이렌 오더'는 어플에 돈을 충전해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티머니처럼 선불 충전을 하는 서비스인데, 도입 후 2~3년 만인 2016년에 약 500억 원의 선불 충전금을 스타벅스는 보유했었다. 7년 전에 커피 기업에 선불 충전금이 500억이라니 놀랍기만 하다. 그런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17년도에는 916억, 18년도에는 1,000억을 돌파하더니 2021년에는 3402억이 스타벅스에 선불 충전되어 있다. 국내만 해서 말이다. 전 세계로 확대하면 20년도 기준으로 2조 4천억 원이 예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순 금액이 아니라 다른 국내 핀테크 기업들과 스타벅스를 비교하면 차이는 더 뚜렷하다. 스타벅스는 토스와 네이버 페이보다는 3배 이상의 예치금을 가지고 있고, 카카오페이와 비슷한 규모를 가지고 있다. 이런데도 스타벅스를 단순 커피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우리의 경쟁사인가
남미 지역의 스타벅스 지점에서는 실제로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행보는 철저한 전략 속에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벅스의 행보가 특이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기업이 이렇게 서로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경쟁 사회가 되었다. 이로 인해 과거와 달리 기업 간의 경쟁 관계가 복잡해졌다.
티빙의 경쟁사는 넷플릭스일까? 애매하다. 1인당 OTT를 평균 2.7개 구독하는 세상에서 넷플릭스를 경쟁사라고 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를 경쟁사로 인식하기보다는 2.7개의 선택받는 OTT가 되기 위한 전략을 세우거나, 넷플릭스와 함께 개인이 더 많은 OTT를 구독하도록 시장을 확장하는 전략이 좋지 않을까?
나이키의 경쟁사는 아디다스일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 게임, 인터넷 방송 등에 빠져 야외활동이 줄어드는 세상에서 나이키의 진짜 경쟁사는 인터넷 방송 또는 게임 회사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하진 않을까?
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앞으로 경쟁 양상은 더욱이 복잡해질 것이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멀리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예민함이다. 직접적인 경쟁사 하나 분석하기도 벅차지만, 더 넓은 시각으로 시장을, 고객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다 더 고객 중심적 사고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다. 지금도 중요하지만 정말 집착에 가까운 고객 중심적 사고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목표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제공하더라도, 고객의 맥락과 라이프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사용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