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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의 눈 Sep 23. 2023

1월에 태어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이유

상대연령효과

 주위 지인들을 둘러보자. 한두 살 차이 혹은 그 이상까지도 이제는 육체적, 정서적 성숙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친구처럼 지내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유년시절을 회상해 보자. 한 해가 다르게 성장하는 유년기의 한 살 차이는 무게감이 다르다. 같은 8세의 1월 1일 생 남자아이와 12월 31일생 남자아이는 거의 1년의 성장 기간 차이가 나며 평균 신장 차이가 6.6cm 나타나게 된다. 이런 육체적 성숙 차이뿐만 아니라 정서적 성숙 차이는 학교 생활에서 훨씬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확률이 높게 된다.


 실제로 이 때문에 많은 스포츠 프로 선수들의 출생월이 편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시절에 주전으로 선발되거나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중요한 스포츠 분야에서 약간의 신체적 우위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감독 입장에서 조금 더 빠르고, 운동 센스가 좋으며, 12월 생에 비해 11개월은 더 기술을 숙달했을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정확히는 뽑고 보니 1월 생일 것이다.) 초반의 이러한 차이로 1월생들은 비교적 더 많은 실전 경험을 통한 성장이 가능하고 이는 또 다음 선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렇게 앞서나가서 많은 1월생들이 프로선수가 되는 현상이 스포츠 분야에서의 '상대 연령 효과(Relative Age Effect)'이다.

놀랍게도 학기가 8월 기준인 미국 미식축구선수는 8월생이 많다.

 '선발', '주전', '전국대회 출전', '명문 리그 스카우트' 등의 개념이 존재하는 스포츠에서 이러한 현상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러한 상대 연령 효과는 공부, 커리어 등에서도 작용하고 있었다. 즉 유년기의 작은 우위가 쌓여서 더 큰 우위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는 그렇다 쳐도 공부와 커리어에 영향을 준다고?'


DNA에 새겨진 신경 체계

  방금 전 유년시절을 같이 회상했다면 이번에는 더 먼 옛날을 같이 상상해 보자. 3억 5천만 년 전 바다에서 서로 마주친 바닷가재가 집게를 크게 들고 몸을 세우며 싸울 준비하는 모습을 말이다. 더 좋은 보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싸움 끝에 패자와 승자가 가려지게 된다. 패배한 바닷가재와 승리한 바닷가재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한데, 패배한 바닷가재는 더 이상 싸우려고 하지 않고 이전에 승리했던 적을 만나더라도 싸우려 하지 않는다. 자신감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것이다. 반면에 승리한 바닷가재는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어떠한 적을 만나도 움츠리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패배감에 절어있는 바닷가재도 한 번에 일으켜 세우는 것이 있다. 바로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주입하는 것이다. 이 호르몬을 패배한 바닷가재에게 주입하면 다시 집게를 쭉 크게 벌리며 승자에게 언제 패배했냐는 듯이 싸움을 건다. 이전보다 훨씬 치열하게 말이다. 두 바닷가재의 행동 양상을 가르는 비밀은 신경 세포 교감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비율에 달려있다. 싸움에서 승리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높아지고, 패배하면 '세로토닌'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세로토닌과 옥토파민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러한 일이 벌어지던 3억 5천만 년 전 바닷가재와 현재의 바닷가재의 신경 체계는 여전히 유사하다. 인간의 신체와 호르몬 체계에서도 수억 년의 진화의 흔적을 여전히 나타나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나 가재나 세로토닌 수치가 낮으면 행복감이 떨어지고, 자신감이 없으며, 스트레스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인간도 바닷가재처럼 자세와 겉모습으로 상대를 평가한다. 따라서 패배자의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도 당신을 패배자로 취급한다. 반대로 당신이 허리를 쭉 펴고 당당한 자세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 역시 당신을 다르게 보고 그것에 맞게 대우한다. - 조던 피터슨


 다시 1월생 이야기로 돌아가면, 학교나 유치원에서 신체적, 정서적 또는 공부 측면에서 비교적 뛰어난 아이들이 반복된 성공 경험을 할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이것이 빈익빈 부익부처럼 더 높은 성과를 낼 확률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 기업의 CEO 중에 8월생이 가장 많았고, 6,7월 생이 가장 적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미국은 학기 구분 기준이 8월이다) 

그래서 어떡하지?

 별도리가 없다. 생일 쿼터제를 도입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여기에 실망할 이유도 없다. 원래 삶은 공평하지 않은 것이니 말이다. 어라? 분명 세상은 공평해야 하는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 보면 성별, 국가, 부모님, 형제, 도시, 기저 질환, 이웃 등 우리에게 더 큰 지대한 영향을 줄 항목 중에서 우리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생일 정도 선택하지 못했다고 부당함을 느낄 이유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음으로써 앞으로의 선택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스포츠 코치라면 상대 연령 효과에 가려진 축구 천재를 발굴할 수도 있다. 혹은 부모나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또는 빠른년생임에도 잘 성장한 자신을 보고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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