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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헤르 Mar 04. 2021

결혼 후 배운 '초'현실적인 것들

미국유부녀의 조금 특별한 스킬셋들

 누구나 결혼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결혼 전 30여년간 한 집에서 살았던 가족보다 더 오랜시간을 보내야 하는 동거인이 생겼으니 배워야 하는 것이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다.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대화하는 방법, 양보하는 법, 가끔 싸우게 된다면 먼저 용서를 구하는 방법 등 ... 

위의 것들이 남녀 공통에 해당되는 것들이라면 여자의 경우 실제로 몸으로 터득하며 배워야하는 것들이 훨씬 많다. (남녀차별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엄마와 같이 살지 않는 다는 점은 같지만, 결혼해서 새가정을 꾸린 다는 것은 자취하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자취경력이 꽤 길더라도 결혼생활은 자취 그 이상의 스킬셋이 필요한데 나 혼자살 때는 '대충하지 뭐' 했던 것들이 내가 챙겨야 할 사람이 하나 늘어남으로써 조금 더 섬세해져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식사시간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런것은 아니겠지만 자취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끼니는 배달음식, 편의점 음식의 빈도가 크기 마련이다.

 음식에 대개 진심인 사람이 아닌 이상 요리를 해먹는다고 해도 30분 이내의 레시피로 뚝딱 끝내는 자취음식을 만들어 플레이팅은 커녕 냄비, 프라이팬 째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도 안보니까! 설거지는 귀찮으니까!


 하지만 결혼을 하면 살림에 늘어난 사람은 고작 하나인데 정성은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밥 옆에 냉장고에 있던 반찬 대충 꺼내서 반찬통째 먹던 살림을 청산.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상은 예쁜 접시 위에 새로운 요리를 하나하나 담아내고 샌드위치를 하나 만들어도 반으로 똑 떨어지게 잘라서 피클과 함께 대령한다. 사람이 하나 늘었으니 2배만 늘어나면 되면 되는 설거지가 4배가 된다.


 

청소, 빨래


 음식 뿐만 아니라 생활먼지도 2배가 된다. 나같은 경우는 먼지가 쌓여있으면 잠깐도 보지 못하고 바로 티슈 들고 달려가야하는 1인이라 절실히 느끼는 것인데 집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두명이 되니 청소해야할 먼지와 잡동사니도 늘어난다. 집의 더러움에 금방 적응되는 사람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난 깔끔 좀 떤다 싶은 사람들은 청소 능력치가 업그레이드 된다. 결혼을 하면 집에서 엄마가 시켜서 혹은 혼자 살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마음 잡고 하는 가끔 하는 청소가 아닌 청소가 일상이 된다. 덕분에 청소 시간은 반으로 줄고 깔끔함은 배로 늘어나는 청소 스킬셋을 갖게 될 것이다.

 

 빨래 역시 엄청 늘어나게 되는데 나같은 경우는 남편이 티셔츠를 하도 갈아입어서 세탁바구니가 2일이면 가득찬다. 물론 빨래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세탁기가 해주니까 딱히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빨래 개는 실력은 늘어난다. 내 생각에는 1년 정도만 더 주부하면 유니클로에서 알바 할 수 있을 듯..



김장 


 사실 위의 이유들은 한국 유부녀나 미국 유부녀나 누구나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것들이라면, 김장은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겠다.


 한국에서는 아직 김장을 하시는 어머니들이 계셔서 김치를 받아 먹을 수도 있고, 이웃들에게 얻어먹는 운 좋은 분들도 있을 뿐더러 요즘은 쇼핑몰 김치가 좀 맛있냐는 말이다. 하지만 가족들 없이 남편과 단 둘이 이민와서 미국에 살다보니 김치를 해주시는 어른들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옆집에서는 김치냄새 난다고 뭐라고 하지나 않으면 땡큐.


 다행히 내가 거주했던 모든 도시들은 한인사회가 꽤 커서 한인마트에서 쉽게 김치를 쉽게 사먹고는 했다. 브랜드도 꽤 다양했는데 종갓집김치, 두산물산, 공주김치 등... 나중에 김치에 관해서 따로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주로 가격대비 괜찮은 '두산물산' 김치를 사먹었었는데 가 128oz(=3.6kg) 에 17달러 정도로 어떻게 보면 직접 만드는 것 보다 저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김치 빼고는 모든것을 다 만들어먹는 나는 이제 김치도 담궈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고, 인터넷으로 독학하여 시작한 김장이 벌써 3~4번이 되었다. 이제는 맛도 제법 괜찮아서 계속 만들어먹고 있다. 그리고 새 김치 담그는 날에 집에서 삶는 수육은 김장을 포기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 !



 집미용실


 많은 스킬셋 중 거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미용기술 ! 


 이 머리자르기에 대한 내용은 너무 길어서 따로 글을 써볼 생각이긴 한데 일단 간단히 언급하자면 나는 머리자르기, 파마 같은 미용시술을 다 집에서 하고 있다. 물론 중이 제머리는 못깎는다고 내 머리는 그냥 길러서 틀어묶은 상태이고 남편 머리얘기다. 여자야 다듬으면서 깔끔하게는 아니어도 대충 기를 수 있는데 남자는 왠만한 원빈얼굴이 아니라면 장발이 좀 딱해보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 눈엔 잘생겼지만 그래도 원빈까지는 아닌 우리 남편같은 경우도 머리를 꼬박꼬박 잘라야하는데 미국은 미용실 비용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아마존에서 남자 헤어트리머 (일명 바리깡)을 구입해서 남편 머리를 밀어준 것이 벌써 3년, 여기에 자신감 붙고 파마약과 롯드까지 사서 파마해준지는 벌써 2년이 되었다. 초반에 그냥 미용실 가면 안되냐며 안타까워하시던 한국 부모님들은 이제 꽤나 그럴싸한 결과물을 보고 그러려니 하신다. 사실 요즘은 이런 팬데믹에 아주 적합한 스킬셋이니 오히려 칭찬까지 받는 코시국 미용실이 되었다. 



 사실 결혼하고 배우는 살림이 이렇게 문단을 나눠 정리할만큼 딱 떨어지겠는가. 사실 결혼 후 3년동안 배운 것이 27년 공부하면서 배운것보다 훨씬 많은 것 같다. 아직은 겪을 것 많겠지만 집에서 못하는 것 없이 거의 대부분 하고 있어서 주부생활 10년이면 아마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고 있을 것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그냥 살림을 배우기도 버겁지만 미국생활까지 배워가느라 남편의 재택근무보다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하루하루. 열심히 일하면서도 주부의 일이 바쁜 것을 이해해주는 소중한 남편과 함께 2021년도 힘차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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