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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헤르 Mar 06. 2021

미국에서 패션을 포기하다

잠깐, 이렇게 입고 나갈거야..?

 

 



미국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를 묻는다면 열에 일곱은 '뉴욕'을 꼽을 것이다.




New York, 매년 패션위크가 개최되는, 세련된 뉴요커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을 것만 같은 멋진 도시! 


 뉴욕이 패션의 도시인 사실은 분명하지만 뉴욕으로 대표되는 이미지 때문에 미국이 스타일리시한 나라로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미국 경험을 한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사실 좀 젊은 사람들 아니면, 미국인들은 새각보다 그닥 패션에 진지하지 않다. 즉, 많은 사람들이 '옷 잘입는 것'에 미련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다 그런것은 아니고 뉴욕, 시카고, LA 같은 대도시에서는 패션에 꽤 진심인 사람들의 비율이 많은데, 도로에 나가면 꽤 스타일리시 해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전체 사람 중 한 70% 정도 되겠다. 하지만 내가 살고있는 텍사스 같이 중남부 쪽으로 오면 이야기가 좀 달라 지는데 한국인 기준에 '옷 좀 잘 입었다'하는 사람들은 한 10% 남짓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부분 '멋'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날씨' 혹은 그날의 '액티비티'에 초점을 맞춰 입는 것이 대다수다. 한마디로 '실용주의 패션주의자'들이 대다수인 셈.


 이러한 실용주의 패션은 미국 특성상 허용되는 것이기도 한데 이 나라는 남들이 뭘하던, 무엇을 입던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보여주기 위해 옷을 입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옷을 입을필요가 없다. 물론 어느정도 격식이 있는 자리를 제외하고 말이다.



대표적으로 레깅스 


 

 최근 건강상 문제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중단했지만 나는 한 때 소위 '운동충'이었던 사람으로서 레깅스를 굉장히 즐겨 입었는데, 한국에서는 레깅스를  입고 밖에 나가기가 꽤나 힘들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인데 나는 레깅스정도는 괜찮지 않나 하는 마음으로 레깅스를 입고 나가려고 하면 바로 엄마의 잔소리를 한바탕 먹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마치 안입은 것 같은 그 '편안함'이 어른들의 시선에는 꽤나 '불편함'이었던 것 같다. 사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 사이에도 한국에서 '레깅스'는 몸매 좋고 날씬한 운동녀만 자유롭게 입을 수 있는 전유물인 것은 같지만 말이다. 미국은 운동해서 몸매가 좋은 사람 뿐만 아니라 뚱뚱해서 셀룰라이트가 쳐져있던 너무 말라서 레깅스가 남던 그 누가 입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덕분에 나도 사놓은 레깅스를 버리지 않고 엄마 잔소리 없이 실컷 입고 있다.



레깅스를 넘어 

  어떻게 이렇게 하고 밖에 나가

 패션이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이런 환경에 살다보니 나 역시 실용주의 패션에 자연스럽게 합류하고 있다. 초반 미국에 왔을때는 그래도 이렇게 입고나가면 좀 그런데.. 라는 생각으로 항상 옷을 어느정도 갖춰 입고 나갔던 나는 요즘은 한국에서는 절대 슈퍼도 안나갈 것 같은 조합으로 옷을 입고 차로 20분 걸리는 코스트코 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아졌다. 오히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들 가운데서 '옷 좀 잘입었다'는 패션이 여기서는 또 너무 투머치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위에도 언급 했듯이 내가 사는 텍사스의 경우나 그렇지 사실 대도시는 패션을 꽤나 신경쓰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이 미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한국인의 시선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에 살지 않아도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고 미국을 돌아다니는것이 조금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또 반대의 경우로 미국에서 유행하는 옷을 또 한국에서 입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렇다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옷이 대부분인 나는 딱히 미국의 패셔니스타에 가깝지는 않다는 서글픈 사실... (사실 한국에서도 그렇게 옷을 잘 입는 편에 속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국트렌드에 맞춰 시즌마다 옷쇼핑을 하는 것도 아줌마가 되다보니 또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일이 아니다. 뭐 그러한 이유로 나는 한국에서 구매한 옷을 잘 조합해서 입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한국에서 산 꽤 괜찮은 옷을 입고나갈 때 마다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오지랖 넓은 미국인들이 꽤 많다는 점이다. 내가 한국에서 사온 것이라고 대답해 주면 'Of course you did' 나 'I'm not surprised' 등 당연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럴 때 마다 한껏 국뽕에 취하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는 물론 한번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대한민국, 진짜 패션강국이다.

어느 거리를 걸어도 그 흔한 '패션테러리스트'의 비율이 10% 도 안되는 한국. 유럽 각국을 다녀보고 이제는 미국에 살면서 느끼는 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옷을 제일 잘 입고 다닌다는 것. 


 가끔은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점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지금처럼 패션강국이 된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게다가 그 덕에 한국에서 사온 몇 개의 옷가지들은 나를 미국인들에게 패셔니스타로 보이게 하는 꿀템이 된 것은 안 비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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