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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혁 JUNG HYUK Apr 11. 2021

전쟁과 군대의 유산, “밀리터리룩”

스타일리시한 "밀리터리룩" 아이템 5가지 스토리


전쟁과 군대를 통해 만들어지고,
패션으로 완성된 “밀리터리룩”

인류는 오랜 기간 전쟁을 겪어오면서 말할 수 없을 만큼 피해와 고통을 받았지만, 아이러니하게 전쟁은 정보, 통신, 운송, 건축, 패션 등 산업적으로 여러 분야의 발전에 많공헌을 했어요.

이번 편은 파괴와 창조 두 얼굴을 가진 전쟁과 군대를 통해 만들어지고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완성된 “밀리터리룩” 입니다.


우리가 즐겨 입는 트렌치코트, 피 코트, 카디건, 화이트 티셔츠, 세일러복, 치노 팬츠, 보머 재킷부터 근래 트렌드인 독일군 스니커즈까지 모두 전쟁과 군대의 유산이에요.


“피 코트”(Pea coat)가 18세기 네덜란드 해군의 방한복에서 시작되었으니 무려 30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고, 일본 여학생 교복으로 알고 있는 “세일러복”도 16세기 뱃사람이 즐겨 입던 “슬롭”을 19세기 영국 해군이 개량해서 만든 제복으로 어마 무시한 역사를 자랑하는 옷입니다.


많은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면서 매 시즌 복각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밀리터리룩”, 그중 대표적인 5가지 아이템을 선정해서 소개하겠습니다.


좌측 부터_ 카디건, 트렌치코트, 피 코트, 세일러복, 독일군 스니커즈

*순위가 아닌 필자가 주관적으로 선정한 “밀리터리룩” 아이템입니다.




1. 카디건 (Cardigan)


“카디건”은 영국 귀족들이 집에서 입었을 것 같은 럭셔리한 느낌의 아이템이죠, 하지만 1858년 크림 전쟁 때 “7대 카디건 백작 제임스 토머스 브루델 (James Thomas Brudenell, 7th Earl of Cardigan)” 육군 장군 본인이 디자인한 옷을 자신의 군대에게 입혔고, “카디건”은 그의 이름에서 유래된 오리지널 군대 패션입니다.


아쉽게 카디건 백작은 매관매직으로 지휘관이 된 사람이었고, 이 군대는 “발라 클라바 전투”에서 전술 없이 진격하다 전멸했죠, 이 이야기가 퍼지면서 오히려 카디건은 런던에서 폭발적으로 유행합니다.

부상병이 스웨터를 벗을 때 통증 없이 쉽게 탈의할 수 있고 체온도 유지해 주는 “카디건”을 만든 카디건 백작, 장군으로는 형편없었지만, 패션 디자이너로는 뛰어난 사람이었던 것 같네요.


“카디건”은 초기 남성복으로 인기가 있었지만, 1920년 가브리엘 코코 샤넬 (Gabrielle Coco Chanel) 여성용을 만들어 더 크게 유행했습니다.

최근 GD가 공항패션으로 입어서 국민 카디건 된 “톰 브라운”의 4선 “카디건”도 생각납니다.


2. 트렌치코트 (Trench Coat)   


트렌치는 참호(Trench)를 뜻하죠, “트렌치코트”는 말 그대로 참호에서 입던 옷입니다.

100년 전 1차 세계대전 참호전의 어려움 속에서 영국군과 연합군을 지키기 위해 개발한 레인코트가 “트렌치코트”입니다.


1941년 토머스 버버리가 영국 육군성의 승인을 받고 레인코트로 입는 “트렌치코트”를 개발했고, 이때 만들어진 "버버리 코트"가 “트렌치코트”의 대명사가 되었어요.

토머스 버버리가 개발한 개버딘 원단의 “버버리 코트”는 우수한 통기성, 내구성, 방수성의 기능성과 스타일도 뛰어나 전쟁이 끝난 후에 영국 육군 장교들의 유니폼이 되었습니다.


1980년대에 크리스챤 디오르와 런던 포그가 양 가슴 플랩(더블 플랩)을 만들어 디자인이 더욱 세련되어졌고 롱 코트, 하프코트 등 스타일도 다양해졌어요.


1차 세계대전 참호에서 입었던 “트렌치코트”가 영국 장교 유니폼이 되고, 전쟁 후 디자이너들에 의해 더욱 발전해 남성부터 여성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패션 아이템 된 “트렌치코트”는 대표적인 밀리터리 룩입니다.


3. 피 코트 (Pea Coat)


네덜란드어 파이(PIJ-동물의 털로 거칠게 짠 옷)와 제케르(JEKKER-외투, 영어로 JACKET)가 합쳐진 “PIJJAKKER”가 지금의 “피 코트(PEA COAT)” 입니다.


18세기 번성했던 네덜란드의 해군이 입던 방한복을 영국과 미국 해군이 따라서 만들었던 “피 코트” 더블 블레스티드 스타일(단추 두 줄) 쉽게 잠그고 열수 있도록 단추를 크게 제작하고 머프 포켓과 뒤트임을 주어 활동성 뛰어났어요, “피 코트”는 1, 2차 세계대전에 통일화되고, 활동성 향상을 위해 더욱 짧아져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니다.


“피 코트”는 다른 밀리터리 아이템에 비해 대중화가 늦었는데 이유가 재미있어요, 당시 “피 코트”는 제작 원가가 비싸서 전역 시 군에서 회수했고, 또한 하급 장교가 입었다는 점에서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비싸게 만든 좋은 옷이지만 신분이 낮은 사람들의 옷이라 유행하지 않았던 거에요, 하지만 현재의 “피 코트”는 트렌드 리더들의 겨울을 책임지며, 옷장 메인에 자리 잡고 있는 인기 아이템이죠.


4. 세일러복 (Sailor Uniform)


“세일러복”의 유래를 찾으려면 16세기까지 가야 합니다, 당시 뱃사람들은 “슬롭”이라는 옷을 입었는데 19세기 영국 해군이 “슬롭”을 개량해서 제복화했고, 지금의 “세일러복”이 되었어요.

“세일러복”은 해병의 상징으로 블루진과 화이트칼라 그리고 옷이 상하지 않게 어깨에 묶고 다니는 스카프가 특징입니다, 또한 칼라에 있는 3줄은 더욱 깔끔하고 세련돼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세일러복”이 대중화된 스토리도 재미있습니다.

1846년 7세였던 영국 에드 왕자에게 영국 해군이 “세일러복”을 선물했는데, 이 모습이 너무 예뻐서 상류층 여인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세일러복”을 입혔고, 곧 전 유럽으로 확대되어 크게 유행하였습니다.


이후 “세일러복”은 19세기 프랑스 여성에게 유행되고, 1921년 일본 교토 헤이안 여학원 교복에 반영되면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1927년 부산 공립 여자고등보통학교의 교복도 “세일러복”이 됩니다.

21세기 들어서는 “세일러복”이 교복에서 사라지는 추세이지만, 패션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컬렉션에 모티브를 많이 활용하면서 “세일러복” 스타일은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5. 독일군 스니커즈 (German Sneakers)


1970년대 후반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서독군의 군사 훈련을 위해 제작된 BW sport라는 보급품 운동화 많은 생산량 덕에 일반인이 일상에 신는 신발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1999년 벨기에 출신 천재 디자이너 마르지엘라가 SS 시즌 자신의 컬렉션에 오리지널 BW sport 운동화를 구해 세탁 후 신발의 혀 부분에 상징적인 숫자 로고를 넣어 발표하면서 BW sport는 멋지게 부활했습니다.

이후에도 마르지엘라는 BW sport에 페인트를 뿌리는 등의 다양한 시도로 발전시켰고, 이를 카피한 운동화들이 독일군 스니커즈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유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일군 스니커즈는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신발 만드는 모든 브랜드에서 독일군 스니커즈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보면 될듯합니다.

캐주얼룩과 포멀한 룩 등 모든 스타일에 잘 어울리는 깔끔하고 모던한 디자인이 인기의 이유인  것 같아요.


독일군 스니커즈는 실제 독일 군인들이 신었던 신발을 모티브로 제작되어서, 마르지엘라가 띄웠다고 해도 그가 오리지널티를 주장할 수 없어요, 그렇다 보니 마르지엘라의 카피 제품도 가품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이 어색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합니다.

만약 누군가에게 로열티를 내야 다면 독일 군대가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세계 각 나라의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고 치르는 과정에 군인을 위한 다양한 보급품을 만들었어요, 이 보급품 들 중 실용성과 디자인이 뛰어난 몇 가지 제품은 전역 후 사람들에게 계속 사랑받았고, 또한 감각적인 패션 디자이너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더해져 지금의 스타일리시한 “밀리터리룩”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밀리터리룩”은 오랜 시간 군인들과 함께하면서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 존재한다는 면에서 특정인이나 디자이너가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트렌드들과는 확연하게 차별화됩니다.

앞으로 트렌드를 리드할 “밀리터리룩” 새로운 아이템 기대해 봅니다.



스타일디렉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분을 돕는 스타일링 전문가입니다.

*사진 자료_ Google,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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