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海印寺) 공간기록, 경남 합천
여러분은 자신만의 생각 정리법이 있으신가요? 흔히 생각이 많을 땐 일부러 몸을 움직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죠. 특히 현대인들에게 자기 생각과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능력을 갖추는 것은 사람들에게 꼭 요구되는 능력이 되는 듯 싶어요. 어릴 적부터 저는 어머니를 따라 절에 따라다니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운 좋게 이 경험들은 훗날 저의 생각을 정리하도록 돕는 저만의 노하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어요. 저는 매번 이곳 합천 해인사에서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함에 항상 매료되었고 특히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늘 찾는 저만의 정리법이 되었습니다.
⠀
혹시 대자 연속에서 자신의 초라함을 느낀 경험을 해보셨나요? 그 장엄한 스케일을 그대로 마주할 때면 지금껏 고민해온 생각들, 집착들이 무의미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특히 저는 해인사의 보물인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마주할 때면 거대한 바다를 마주하는 듯했습니다. 내가 지금 느끼는 근심, 걱정들이 내 마음속에서 쓰나미처럼 불어 닥치는 듯 하지만 넓은 바다의 기준에서 보면 사실 작은 물살의 일부로 보이겠죠. 설령 그 걱정의 쓰나미가 마음을 크게 휘저었다 하더라도 잠시 후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이런 일들을 끝없이 반복되므로 일일이 마음을 쓰는 것이 얼마나 불필요한지를 깨닫게 되곤 합니다.
⠀
#해인삼매(海印三昧)_바다의 풍랑이 쉬면 삼라만상 모든 것이 도장에 찍히듯 그대로 바닷물에 비쳐보인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은 물로 구성되어 있고 이 물은 언젠가 바다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즉 이 세상 모든 진리와 진실의 바다에 있고 갖가지 참된 모습이 그대로 물에 비치는 경지를 해인삼매(海印三昧)라 일컫고 이것이 해인사의 창사 정신이 되었다고 해요. 우리가 바다를 한참 바라보면 기분이 편안해지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사람이 마음은 바다와 같아서 집중하면 고요해지고, 고요해지면 맑아지고, 맑아지면 빛이 난다고 합니다. 심란하고 마음이 쓰일 일이 많을수록 자신을 돌보고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시길 바라요.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의 마음이 고요해져 언젠가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시길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
“여기가 물멍의 기원이었어”
⠀
• location :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 architect : 순응(順應), 이정(利貞)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