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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찾아 삼만리

40세 전과 영수증 책을 읽고

by 사브리나 Sab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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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용실에 가면서 책 한 권 챙겨갔다. 흰머리를 요즘 방치(?)하고 있었는데 학부모 상대 강의가 있어서 단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단정하게 머리도 좀 자르고 단정하게 흰머리를 감추는 염색을 했다. 논문 쓰기 시작하면서 자리 잡기 시작한 흰머리들이 이젠 하나 두 가닥이 아니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렇게 새치가 아니라 흰머리라고 부르고 방치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부정기를 거쳤지만 이젠 흐르는 시간 앞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어느샌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나이 때문에 포기하게 되는 일들이 생긴 거다. 그중에 결정적인 것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아니 정확히는 엄마를 포기하게 된 거다. 성경에 나오는 기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될 것 같다. 믿음이 내게 없다. ㅎㅎㅎ


책 주인공도 나와 비슷한 마음에 태평양을 건넜다.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엄마가 되겠다고. 데이트앱에 가입하고 데이트에 출근한다고 표현할 만큼 열심히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주인공을 캐스팅하기 위해 1000명을 오디션 본 것처럼 자기도 그렇게 보겠다고.


내가 아는 친구도 데이트앱으로 엄청 만나는 걸 봤다. 물론 한국 아니고 뉴욕에 사는 친구였다. 외국은 데이트 앱이 활성화되어있고 이상한 사람이 없나 보다. 아니 적나 보다. 나도 5년 전인가 데이트 앱을 깔고 몇 명 이야기를 나눠봤다. 그런데 막상 만나려니 망설여지기도 하고... 데이트를 해본 적은 없다.


20대부터 아니 이성에 눈뜬 중학생 때부터 내 주위에는 늘 오빠 동기 동생들이 있었다. 그래서 늘 가능성이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혼자 이 나이까지 있을 줄 몰랐다. 이 긴장감 없이 당연히 생각했던 태도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책에서 말하는 그 40일 기도도 배우자를 위한 새벽기도도 해본 적이 없다. 40일 기도를 해도 어떤 목표보다 40일 하나님 앞에 집중하는 그 시간이 중요했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기도하지는 않았다. 배우자를 위한 기도도 해야 하나... 하다가 어느 날 스쳐 지나가는 음성이... "내가 너를 더 잘 안다" 하셨다. 이런 기도가 헛될 수 있겠다 싶어서 배우자 기도는 간절히 해보지도 않았지만 그 뒤로도 안 했다.


그러다가 어떤 분이 소개를 해줄 테니 원하는 이상형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 목록을 만들어봤다. 그게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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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봐도 첫 번째부터 눈이 너무 높다 싶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아직 남아있을 리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중에 하나라도 맞으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중에 하나만 선택하라 하면 말 예쁘게 하는 사람이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책 저자는 결국 만나게 된다. 그와 나눈 대화들을 보면 정말 말을 이쁘게 하는 사람 같았다. 어떤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가족사진이 있어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아들 노엘까지 너무 행복해 보인다. 맞다 사진을 보는 순간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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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이야기이지만 아는 동생이나 친구 이야기처럼 흐뭇하게 읽었다. 미용실에 있는 동안 순삭으로 다 읽고 사진들이 좋아서 한번 더 봤다. 물론 글도 좋다. 인스타 피드 보는 것 같지만 그래서 더 진정성 있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배우자를 찾고 있는 동생들이 있다면 이 자매님만큼 적극적으로 캐스팅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해보고 싶다.


나는... 지금 떠나기엔... 글쎄... 모르겠다. 이러고 어느 날 급 떠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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