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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

쓸고 닦고

by 사브리나 Sabrina

내가 지내고 있는 도서관 입구는 화단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화단에서 넘어오는 먼지, 쓰레기, 나뭇잎 등이 늘 쌓인다. 그 사이 낙엽이 쌓이고 먼지가 쌓이고 매주 조금씩 치우다가 바빠지기도 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내가 치워야 하나 현타가 와서 한동안 그냥 두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독서모임 때 보니 입구 유리문이 뿌옇게 되어있어 살짝 민망할 정도였다. 얼른 닦아보기는 했는데 자국이 남아 깨끗하게 잘 안되었다.


오늘 월요일 출근하면서 청소를 다짐하고 왔다. 유리문들도 다시 닦았다. 거기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결국 여기저기 닦고 쓸고 2시간가량 움직이게 되었다. 비포 사진을 찍었어야 하는데... 여하튼 지금 깨끗해진 모습에 뿌듯하다.



쓸고 닦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을 움직이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좋은 건물에 이 좋은 공간이 있어도 이렇게 방치하듯 내버려 두나... 싶다. 이런 아파트일수록 관리에 노력할 것 같은데... 나도 그걸 기대하고 왔는데... ㅠㅠ 결국 여기도 내가 하게 된다.


알아차리고 보이는 사람이 치우는 게 맞는 건가 그냥 치우자... 하다가도 나도 월세 내는 고객인데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다. 착한 임차인의 의무만 있고 착한 임대인의 의무는 없나? ㅎㅎㅎ


오늘도 몸을 움직이면서 생각도 멈추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시간을 기록해 본다.

앞으로 내가 정착하고 살아갈 동네는 어디가 좋을까 고민한다. 잘살고 못하고 넓고 크고 좋은 곳 그런 기준은 없다. 다만 그보다 사람들이 좋은 곳에 살고 싶다. 사람냄새나는 동네 그런 곳. 이젠 그런 곳이 없으려나? 그런 곳에 살면 나도 좀 더 착해지고(?) 순하게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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