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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N May 27. 2022

대학원 갈까, 취업할까

어차피 돈으로 귀결되니...

대학교 4학년이 되니 이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별과제에서 팀장을 맡는다. 작게나마 리더의 역할을 맛보게 된다. 무언가를 결정하고 이끄는 위치이다. 작은 결정들에 익숙해질 때쯤 정말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공대생에게 진학과 취업 사이의 고민은 복잡한 수식을 푸는 것과 같이 어렵다. 나의 경제여력, 성적, 적성, 꿈의 크기, 성격, 집안 분위기 등의 여러 변수들이 얽혀서 답안지를 흐트러뜨린다. 슬픈 건 숙제와 시험에 쫓겨 살던 탓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들이 취업하니까, 대학원 진학하니까, 나도 그래야 하는데 어쩐지 자신이 없었다.

 나는 취업을 선택했다. 우리 집은 형제가 나를 포함해 넷이나 된다. 부모님께서는 우리에게 대학교까지만 지원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대학원은 선택지에서 빨리 지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기에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오히려 편안하게 취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 취업한 선배들은 4000만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는 괜스레 심장이 뛰었다.

 4학년 1학기까지 필요한 학점 대부분을 이수하고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돌입했다. 영어는 자신 없기 때문에 매달 토익과 토익스피킹, 오픽 시험을 응시했다. 10번이 넘는 응시 덕분에 간신히 커트라인을 넘겼다. 실력이 안되니까 운으로 승부했다. 못하는 거에 집중하기보다 잘하는 걸 어필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는 이제 껌이다. 대외활동 지원 때 이미 30번을 넘게 써본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지원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는 나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다. 공부보다 더 열중했던 것 같다. 어차피 학사 출신은 채용 확률이 낮기 때문에 질보다 양으로 승부했다. 며칠을 새벽에 잠들었던가. 최종적으로 60개가 넘는 곳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친구의 미니홈피 BGM으로 MC 스나이퍼의 곡 중 하나가 흘러나왔다. 랩이라서 가사를 보지 않고는 들리지가 않았다. 가사를 찾아 읽고 마음이 울컥했었던 기억이 난다. 새벽 3시, 믹스커피에 잠을 깨서 아버지의 가게에 있는 PC에서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적었다. 나는 하나이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게 왜곡된 모습으로 나를 소개했다.

채용공고를 보며 깨달은 바는 대다수의 연구직은 석사 학위를 원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생산관리, 마케팅, 기획, 경영지원 등이었다.
연구직을 원한다면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현재 연구직은 석사 이상만 채용하기 때문이다. 내가 취업준비 당시 공개채용이 있어서 몇몇 기업은 학사이지만 연구개발을 지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연구개발, 생산관리, 기획, 마케팅 부분에 지원했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2차 적성검사 전형이 있다. 서점에서 예상문제집을 사서 친구들과 시간을 맞춰놓고 풀었던 기억이 난다. 생각보다 쉬운 기업,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기업이 있었다. 기업들은 되도록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3 배수 이상에게 기회를 주었다. 시험은 토익 시험같이 주말에 빈 학교를 빌려서 진행됐다. 짧지만 굵게 시험이 진행됐다.

나의 메일함은 채용 결과로 도배가 되었다. 아쉽게도 함께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기업들이 더 많았다. 그래도 10개 남짓한 기업이 면접 기회를 주었다. 많은 산을 넘은 것 같은데 이제 시작인 기분이었다. 그나마 취업할 것을 선택해 놓은 상태이기에 시간을 올인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면접 전형은 다음 글에서 적으려 한다. 면접 준비과정과 질문과 답변했던 이야기를 적어볼까 한다.)


 취업 후 퇴사하고 대학원 가는 경우도 많다. 대학원 중단 후 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드물지만 취업과 대학원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단 취업의 맛을 보고 학교로 돌아와도 되고, 대학원 생활을 맛보고 취업을 해도 된다. 아니면 회사를 차려도 된다.

 선택받지 못해서 속상해할 필요가 없는 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거다. 반드시 하나는 되게 되어있다. 거기에 집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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