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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

< Robert De Niro ; 할아버지. 따뜻함. 콜라보 >

by 심재훈

솔직히 나는 로버트 드 니로보다 알 파치노를 더 좋아한다. 이런 고백을 한다는 게 조금 죄스럽게 느껴진다. 사실 현존하는 배우들 중에서 드 니로보다 더 뛰어난 배우는 없을 것이다. 「대부」에서 젊은 비토 꼴레올레는 정말 잘 생겼다. 사실 예전 영화를 잘 모르는 우리 또래에게는 아마 「인턴」(2015)이라는 영화로 가장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가슴 따뜻한 할아버지가 힘들어하는 청춘을 감싸 안아주는 것 같다. 알 파치노에게 「여인의 향기」(1992)가 있다면 드 니로에겐 아마 이 영화가 가장 서정적일 것이다. 나는 「히트」를 보지 못했다. 인터넷에서 명장면만 쏙쏙 보았었는데 알 파치노와의 호흡은 정말 대단하다. 「히트」(1995)는 모든 액션 대작들의 시초와 같다. 두 배우는 이후에도 몇몇 영화에 함께 출연했지만 이제 「아이리시 맨」(2019)이 마지막 콜라보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나는 이 영화가 앞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길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처럼 영화가 장대한 서사시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 영화가 딱 그렇다.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도 긴 시간을 통과하는 연대기적 느낌이 있는데 영화 러닝 타임이 두 시간이 훌쩍 넘는 건 마틴 스콜세지만의 작법 때문일 것이다.


「아이리시 맨」은 아일랜드 사람들을 향한 세상의 편견을 깨트려버리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이리시들이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는 스테레오 타입(stereotype)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오히려 스콜세지 감독은 이를 역으로 이용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욕망의 정체를 폭로한다. 영화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과 함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이 격렬히 충돌했던 당시 혼란스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미 호파(알 파치노) 실종 사건은 부르주아 기득권과 노동 계층 간의 투쟁을 상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배신을 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프랭크(드 니로)는 자신을 신뢰했던 호파를 죽인다. 결말은 비참하다. 프랭크의 딸, 페기는 그런 아버지를 공감할 수 없었다. 페기는 오히려 감정과 본능에 충실한 호파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 페기는 이 영화에서 중심축이 되어 프랭크가 얼마나 빗나가고 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드 니로가 보여준 민첩함은 정말 대단하다. 민첩한 액션도 멋지게 소화하는 걸 보니 노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노래는 들었는데 아직 그의 예전 영화들을 보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진다.(「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모리꼬네의 음악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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