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17]
나는 순수한 ‘선’을 믿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순수한 ‘선’을 받은 경험이 있으니까
물론 그렇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
타인에게 순수하게 행하는 선의 행위가 못 미덥고 꼴 사나울 때가 있었다.
뭐가 그리 날이 서 있었던 건지, 날카롭게 의심을 갈아서 휘두르고 다니던 시절.
내가 이기적이었던 만큼, 다른 이들도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거기에 가둬버렸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내 속에서 삭히고만 있었지 절대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당연히 나도 이런 나의 모습이 치졸하고 견디기 싫었으니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모든 세상이 나를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작정하고 괴롭히고 있다고 느끼는 그런 순간들이 있겠지,
살면서 머리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식의 범위에서 벗어난 ‘악’을 마주 하였을 때
그 혼란과 허무함은 다른 ‘선’까지 의심하고 손가락질하는 지경까지 만든다.
이것도 내성이 생기는 터라,
나중에는 ’ 그러려니 ‘ 하는 마음상태가 되어버린다. 감정의 기복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건가
기쁨이 기쁘지 않고, 슬픔이 슬프지 않고, 화도 나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모든 행위를 바라보게 된다.
이런 삶과 감성에 대한 권태를 깨부수어주는 건
새하얗고 순수한 ‘선’이다.
누구는 멍청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 만큼 타인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선’을 행하자.
‘타인’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경험을 하면 삶에 희망이 생긴다. 오늘, 그리고 내일을 잘 살고 싶어 진다.
themanwithyellowsm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