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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준 Aug 09. 2023

새벽에 팔씨름하다 분쇄골절된 이야기

잃어봐야 아는 것

요일 새벽, 화기애애하던 술자리에서 별안간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울렸다

빠각 !

그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큰소리로 떠들던 사람들의 육성을 단번에 잠재워버렸다.

“누구야 누구야?”

누구 소리인지 찾는 음성이 울렸다.

그 속에서 정작 팔이 부러진 나만 어벙벙하게 서있었다. 우리는 팔씨름 중이었다.

으레 남자들끼리의 기싸움과 허세 그리고 술기운으로 시작한 힘자랑이었다.



술자리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119를 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안에는 구급대원이 들이닥쳤다. 나는 탈 것에 실려 응급실로 옮겨졌다.


팔은 불타듯 아팠다. 조금만 움직이면 그르륵 하는 하는 불길한 소리가 났다.

뼈가 신경과 근육을 찍고 긁는 감촉이 생생히 느졌다.


팔에 석고를 댈 땐 더 끔찍했다. 의사는 석고 모양에 맞춰 팔을 쭉 뽑았다.


뼈가 우드득 하는 소리를 냈다


나름 고통은 잘 찾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에서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응급조치를 끝내자 의사 선생님은 말했다. 수술해야 합니다.


눈앞이 아찔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있었고.

이 술 자리는 부산친구의 집들이 행사 였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 30분이었다. 나는 그 길로 가장 빠른 서울행 기차를 끊었다.


친구의 도움을 받아 그의 집에서 잠깐 눈에 붙였다


아니 착각이지도 모르겠다. 팔은 움직일 때마다 기괴한 소리를 냈고, 신경은 탄 듯이 아팠다.

점점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를 타고 택시를 타고 무슨 정신으로 왔는지 모르게 서울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다시 엑스레이를 찍었다.

사진 찍을건데 손에 끼고 있는 보조기구 풀겠습니다. 청천 병력 같은 소리였다.


팔 들어보세요 옆으로 서보세요.


그의 신호에 맞춰 보주 기구 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니 뼈는 더욱더 내 근육과 살점 그리고 신경을 찌르고 찍고 가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결과지를 보며 의사는 말했다. 분쇄골절입니다. 뼈 조각이 신경을 찌르고 있습니다.


조바심이 들었다 얼른 수술하고 싶었다.


그런데 팔이 부러진 채로 장거리를 이동한 탓일까? 내 팔은 너무 부어, 바로 수술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들은 붓기가 빠질 때까지 수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붓기는 빠지지 않았고 난 조바심이 들었다. 얼른 수술하고 싶습니다. 내가 말하자 보조기구를 바꿔보자는 제안 해왔다. 그리고 보조개 구를 바꾸려고 하자 잠시 들었던 그 팔에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력한 호통을 느꼈다. 나는 울부짖었다.


팔이 이상해요.


나는 거의 울고 있었다.

의사는 그 와중에 손가락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까지 잘 움직이던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손가락이 안 움직여요.


붓기 타령을 하며 미뤄졌던 수술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정신을 차려보니 수술대 위에 올라가 있었다.

전신 마취 가스가 따끔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입으로 들리시니 정말 그랬다. 마치 군대 있을 때. 화생방 훈련 가스를 마신 기분이었다.

조금 따갑다 보면 금방 잠드실 거예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 의식이 잠깐 끊겼다.


그리고 나는 엄습해오는 끔찍한 추위와 함께 깨어났다.


내 몸은 미친듯이 떨리고 있었다.


이빨은 어찌나 딱딱 거리던지 혀가 씹혔다. 씹힌 혀를 피하기 전에 다시 씹고 다시 씹어 가장자리가 짓이겨졌다.


덜덜덜 떠는 와중에.

뜨거운 온열이불이 내 몸 위로 덮혀졌다.


수술실이 굉장히 춥고 나는 5시간 가량의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이렇게 추운 것이다라고 설명해줬다.


온기가 조금씩 몸을 데우자 나는 또다시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렇게 수술하고 첫날밤이 지났다.



새벽쯤 깨어났다

고통은 오히려 수술 받은 후가 나은 편이었다. 팔도 더 이상 덜렁거리지 않아 마음도 편했다.

다만 나를 끔찍히 불안하게 만드는 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이었다.


당연하듯 움직여 줬던 신체가 마비되자

엄청난 불안이 몰려왔다. 신경이 끊어졌던 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더 불안했다.


의사 선생님 말했다. 뼈조각이 다행히 신경을 끊어버리진 않았다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회복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며칠 전까지 당연하게 움직이던 오른손에 자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수술 통증이 가라앉고, 출혈이 멈추자 재활 치료가 시작됐다.


움직이지 않던 손가락을 위로 아래로 움직였다. 이전까지 구사하던 동작들을 하나하나 새로 배웠다. 동작 하나하나를 분해시켜 새로 주입하는 기분이 었다.


정말 신기한 건 그렇게 몇 번 받자 손가락이 조금씩 움직였다는 것이다.


재활치료 받다 보면 우리의 몸의 움직임이 얼마나 신기한지 깨닫는다. 얼마나 많은 근육과 신경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하나의 동작을 만들어내는지 깨닫는다.


그렇다. 인간의 몸은 꽤 많은 신비가

아름다움이

조화가

어우러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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