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도 마음도 여태와 같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늘상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하루 몇 번 잠깐 가는 길을 멈추어 펴서 보곤 한다.
서른이 되면, 어른이 되면, 적당한 시기가 되면 여리고 누추한 허물을 벗고
미련이 남던 것들에게서 시선을 떼고 새로운 모양의 발걸음을 앞으로 내딛어야지.
그러나 정신과 마음은 외골격이 아니라 탈피할 도리가 없어
더 크고 굳게 자라나지 못하고
차라리 단장지애의 시기라도 있으면 좋을까, 적당한 시기가 없어
태어난 그대로 시간과 환경에 무겁게 젖어간다.
익어가는지, 타성에 젖어 슬어가는지 모르는 채로
내가 하는 성숙이라는 것은
각각의 사건들에 대한 보여주기 위한 임기응변의 연속이며
미봉책을 가리기 위한 여러 헝겊들이 기워진 모양새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