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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진영 Sep 29. 2021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주어지는 삶을 담대하게, 위대하게 살아가기

철학자이자 황제라는 두 가지의 이름으로 불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고 있다.

모든 사색이 사람으로부터 시작해 사람으로 귀결되는 철학자이자

토착민의 피로 낯선 땅에서 국가공동체의 번영을 수확했던 전성기 로마의 정복 군주로서 이름을 남겼다니

퍽 흥미가 가는 아이러니다.


하지만 본디 군사, 전쟁과는 거리가 멀었던 귀족이었던 청년기에 황제라는 영광스럽고도 위태로운 역할을

부여받아 지켜내야 했던 그의 생애, 그리고 이를 함께 나누고자 동생과 동반자에게 의지했던 행적을 보면

오히려 황제로서 살아남기 위해 철학에 탐미할 수밖에 없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자신을 우러러보는 원로들의 시선이 등 뒤에서 같지 않다는 것을 일찍이 알고 있었고

이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생애를 마감하는 마지막까지 10년간 낯선 땅에서

황제라는 이름의 군인으로 촛불 아래 적어 내려 간 일기장은 명상록이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밤이 되면 야영지의 천막 아래서 인간이 욕망과 고통을 벗어나 행복해지는 길을 찾는 것에 시간을 보내다,

다시 해가 뜨면 낯선 땅의 주인들을 칼 아래로 죽여 내려야 했기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역할의 충돌과 이로 인해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기 위한 굳건한 기둥을 세워야 했다.

자신이 하는 일들이 결국 로마 제국과, 그 국민의 안녕을 위한 것이라는 말을 매일 밤 스스로에게 속삭여야 했을 것이다.

전장에 나가 있는 도중, 내치를 맡아주던 공동 황제였던 동생마저 세상을 떠난 뒤,

스스로가 스스로의 유일한 벗이자 지탱이 되어야 했던 황제의 생애의 흔적이자, 고뇌의 기록이 바로 명상록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stoa) 철학의 추종자였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고 모든 존재는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이기에,

다가오는 죽음에 두려워할 필요 없이, 모든 욕망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찾는 것이 스토아 철학의 요지인데,

위대한 삶이지만 결국 주어진 운명을 짊어져야 했던, 그리고 또 이것을 위대하고 신실하게 수행하고자 했던

그에게 있어 이러한 금욕주의와 운명론적 사고는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stoa는 고대 그리스의 여러 시설들에서 볼 수 있는 큰 외벽 기둥을 말하는데, 이 아래서 설파가 이루어졌다하여 스토아 철학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무거운 천장을 지탱했던 기둥들처럼 그에게 있어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 이에 대한 고찰 역시 스스로를 지탱하는 stoa들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선(善)이라 생각되는 것을 실천하고, 오로지 이성과 신성(神性)만을 등불 삼아 담담히 운명의 끝을 향해 나아가던 한 사람의 생애를 읽어나가 보면

지금 내 위로 오랫동안 드리워진 먹구름과 다가오는 폭풍우가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나 역시 조금이나마 위대한 영혼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곤 한다.


담대히 나에게 주어진 것을 흔들림 없이 받아들이고, 응당 내가 해야 하는 옳은 것들을 수행하기.

결국 이 것이 황제이기에 철학자가 되어야 했던 그의 결론이 아니었을까.

어두운 밤, 야영지 한가운데서 촛농을 떨어뜨리며 빛을 발하는 양초, 그 곁으로 매일 같이 자신에게 편지를 쓰던 그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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