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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전거 탄 달팽이 Dec 09. 2023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

‘얼쑤’ 공연 관람 후기


한국어학급 친구들과 ‘얼쑤’라는 창작 뮤지컬을 관람하게 됐다. 이 작품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봄’, 오영수의 ‘고무신’이라는 단편소설 3개를 하나의 뮤지컬로 엮은 작품이다.


   사실 처음엔 이 세 개의 뮤지컬이 어떻게 하나로 만들어질지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미리 설명해야 하는데, 각각 작품의 내용을 러시아어 통역 선생님을 통해서 전달해 보기는 했다. 다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뮤지컬이라 노래로 대사가 전달되다 보니,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다소 어려운 것일 듯했다. 그리고 세 개의 작품은 하나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그저, 각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나의 작품당 30분씩 공연이 이어졌다.


   첫 번째 작품은 메밀꽃 필 무렵이었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소설 자체도 메인 스토리보다 배경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라 극의 재미는 다소 덜했던 것 같다. 내 주변에 앉았던 친구들은 이 구간에서 잠을 잤더랬다. 달밤에 메밀꽃이 핀 풍경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두 번째 작품은 봄봄이었다. 봄봄은 워낙 인물이나 인물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 자체로 풀어가는 작품이다 보니, 아이들이 슬슬 일어나서 무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는 설명할 때, 마름과 소작농 같은 이야기도 넣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크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다.


   세 번째 작품은 고무신이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물어봤을 때, 다들 가장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나도 대략적인 작품의 내용만 훑고 갔기에 꽤 흥미롭게 지켜봤던 것 같다. 결말이 다소 슬펐는데, 한국어를 잘하는 친구는 재미있었지만, 너무 슬펐다는 표현을 했다. 생각보다 이해를 꽤 했나 보다.


   사실 만원이란 가격에 비해선 정말 꽤 수준이 높았던 것 같다. 배우들이 노래를 라이브 AR로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어떤 배우가 노래 도중 삑사리가 나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찐 라이브라니.


   ‘얼쑤’라는 제목답게, 중간에 삽입된 노래들은 ‘사랑가’나,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같은 민요가 꽤 많았다. 물론, 랩이 첨가된 새로운 노래들도 많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나는 손바닥에 불이 나도록 열심히 손뼉을 쳤는데, 내 옆에 앉았던 친구들에겐 다소 낯선 선율이라, 박수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왜 굳이 이 세 작품을 엮은 것인지, 어떻게 엮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은 결국 부제를 보고 풀렸다. ‘만나게 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난다.’란 부제가 이 세 작품을 하나로 엮었나 보다. 물론 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있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 캐럴’이나 ‘얼쑤’ 같은 작품을 관람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품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우리 삶에서 꽤 큰 경험이라고. 당장 나물이와 까꿍이도 이런 공연을 보러 온 적이 한 번도 없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들이 소중하고 값진 것이라고 깨닫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그저, 언젠가 삶이 바쁘고 곤할 때, 그래도 그런 시간이 있었다고 떠올려주는 걸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일까.


   만나야 할 사람은 언젠가 꼭 만나듯, 소중한 기억은 추억이 되어 언젠가 꼭 떠오르기 마련이니깐. 그저 이 시간이 그저 그런 날들이 아니라, 곱디고운 추억으로 남기를-.      


 덧붙임: 어제는 부득이하게 슈퍼패스를 사용하였습니다. 남은 기간, 분발하여, 100일의 글쓰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이후의 글쓰기 일정은 고민 중입니다. 다만,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끝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쓰고뱉다

#100일의글쓰기시즌2

#아흔다섯번째

#D라마틱

#어제는_슈퍼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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