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대본집 리뷰
출퇴근길에 간혹 문학경기장을 지나곤 한다. 어느 날, 문학경기장 근처에 근조 화환이 죽 늘어서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어서 보니, 인천 야구는 죽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구단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대강 살펴본 내용은 어쩐지 지난 2020년에 방영된 ‘스토브리그’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물론 속 사정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마침 ‘스토브리그’ 시즌이기도 하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터라, 대본집을 다시 꺼내 들었다.
스토브리그는 야구를 잘 모르는 나조차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스포츠 드라마가 스포츠 장면 자체에 치중하는 반면, 아무래도 프런트의 이야기다 보니, 스토리 위주라 맥을 잡기도 쉬운 편이었다.
게다가 시즌을 준비하는 스토브리그, 프런트의 이야기다 보니, 계약과 같은 민감한 문제도 나온다. 아무래도 매년 계약을 다시 해야 하는 비정규직이다 보니, 감정 이입이 되어, 계약할 때의 그 분위기나 이런 것들이 더 마음 아프게 와닿았다. 그래서 단장 백승수의 말에 더 잘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약을 하다보니까 화가 나던데요? 당신들이 터무니없이 깎은 돈에 아랫놈들끼리만 이렇게 진흙탕 싸움을 한다는 게...”(스토브리그 대본집 1권 464쪽 승수의 말)
생각보다 이야기를 훨씬 더 현실적으로 다루는 까닭은 아무래도 작가님이 EBS 지식 채널-e 작가 출신이셔서 그런가 보다. 전반적으로 대사 톤이 덤덤하고, 감정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대본이다. 그런데도 현장감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이 많다고나 할까.
사실, 학교도 어찌 보면, 지금이 스토브리그 시즌이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기라고나 할까. 올 사업 마감도, 내년에 다시 하게 될 사업 신청도 모두 12월과 1월 사이에 이뤄진다.
스토브리그에서 결국 백승수 단장은 떠난다. 드림즈는 모기업이 바뀐 채, 고용 승계를 통해 PF 기업이 인수한다. 그리고 다음 해, 결국 우승을 목전에 두게 된다. 다만, 백승수 단장만이 이 모든 것을 만들어 둔 채 사라졌을 뿐이다.
뭇 비정규직인 나도, 늘 그와 같은 마음으로 스토브리그를 맞이해야 하는데, 미련이란 놈이 많아진다. 백승수 단장처럼 내가 없어도 드림즈는 해낼 것이란 마음으로 일해야 하고, 그렇게 깔끔한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되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안 될 거야. 그래도 내가 있어야지.’란 함정에 빠지곤 한다.
게다가 그의 말처럼 내가 잘했는지는 오롯이 학생들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확신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잘했는지 아닌지는 선수들이 잘해야 확인되니까요. 우리가 확신하면 안 될 겁니다. 이 일이 그런 일이죠.”(스토브리그 대본집 2권 210쪽 승수의 말)
연말이다. 드라마든 대본집이든 연말을 맞이하는 우리가 꼭 한 번 봐야 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다른 무엇보다, 올해를 잘 보내고, 내년을 잘 맞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 작품이라 그렇다.
스토브리그. 겉은 차가울지라도, 속은 뜨겁게 타오르는 그런 난롯가 곁에서, 내년을 준비하는 우리가 되어야겠다. 어느 곳에 있게 되더라도, 먼 훗날 아이들을 통해 그 열매를 확인해야 하는 지루한 일들이 계속되더라도, 노력하는 내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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