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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2. 2022

외로움 해소법

어느덧 호주로 다시 돌아온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체감상 호주에 온 지 3개월은 된 것 같은데 아직 한 달 밖에 안되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인간에게 유일하게 주어지는 공평한 것이 있다면 시간이다. 나 스스로 모두에게 공평히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확인하는 법은 간단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와 "아직 이것밖에 안 흘렀다니" 재밌고 행복하게 보낸 시간은 체감상 보통의 날보다 빠르게 흘러갔다고 느낀다. 시간이 야속하다고 생각될 만큼. 반면에 힘든 시간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시간이 세상과 함께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아무래도 난 지난 한 달을 후자의 시간으로 보냈던 것 같다. 


이곳에 도착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호주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했었을 때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늘의 구름만 봐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었던 그때를. 하굣길에 땡볕 아래 솔솔 부는 바람에도 감사함을 느꼈던 그때를. 당연시 여겨왔었던 것들에 감사함을 느끼고, 인간관계에 겁을 내지 않았던 건 어려서 가능했었던 걸까.


코로나의 여파로 한국에서 2년간 지내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오랜만에 동창들도 만나고, 학원 알바, 카페 알바, 피팅 알바, 그리고 화장품 회사를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나의 인간관계 또한 더 넓어졌다. 한국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는 생각한 후에 행동을 하게 되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감정을 고려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적당한 선을 지키되 너무 벽을 두면 무리에서 외톨이가 되기 싶고, 너무 튀어도 견제 대상이 되기 쉬웠다. 그 중간 사이에서 외줄 타기를 하며 누구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그런 대인 관계에 익숙해져 버려서 이곳 정서와는 맞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거다. 


가족도, 친구도 없이 지내는 시간 동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늘어가는 건 생각뿐이었다. 혼자서도 잘 못 지내거나, 그 시간을 잘 못 견뎌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사실 나는 외로움을 안타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있는 걸 싫어한다거나, 외로워서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우울함을 느낀다거나 혼자 방 안에서 숨죽여 운다거나 그랬던 순간이 없었으니까. 


또 나의 자만되고 오만한 착각이었다. 난 혼자였던 적이 없었다. 외로움이란 감정을 느낄 틈 없이 늘 누군가와 함께였고, 그래야만 했다. 호주로 다시 돌아오고서 느낀 나의 외로움은 누군가 나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 같았다. 외로움이란 단어가 내게 새롭게 정의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느낀 외로움은 고독과 가까웠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이 외로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혼자라고 느끼는 감정은 곁에 그 누구도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할 것만 같고,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는 것처럼 마음을 누구와 나눌 수 없는 세상과 고립된 느낌이었다. 이 외로움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해소되는 것들이 아닌, 내 안의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지는 고독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다른 정의를 가진 외로움을 느낀 뒤 충격으로 인해 한동안은 누군가와 대화도 하기 싫었다. 누군가 나를 혼자 두지 않았으면 좋겠으면서도, 나를 혼자 두기를 원했다. 말을 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세삼 낯설게 느껴지기 까지 했다. 


저기압인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낼 수는 없음에 애써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내 마음을 위로했다. 외롭다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건강한 사람이다. 사람들은 대게 자신에게서 파생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거나, 그런 상태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 순간이 대부분이니까. 마치 나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과 같으니까. 

 

이젠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 그 외로움을 달래는 법도, 받아들이는 법도 아직 미숙하지만 내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것 또한 없다. 그냥 기다린다. 이 감정이 흘러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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