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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이지 Mar 24. 2022

[바깥 육아]  할아버지 농장에 가요

어느 워킹맘의 바깥 육아 이야기

 연수가 한국 나이로 3살 되었을 무렵, 코로나로 세상이 들썩였다. '36개월 미만 어린이 무료'라는 항공 혜택을 이용해 외국에 다녀오자라고 맘먹은 순간 세상은 차단과 통제 속에 갇혔다. 연수의 문화센터, 어린이집도 스탑 되었고, 바깥 육아는 머나먼 일이 되었다.  하지만 마냥 집 안에서만 아이를 돌볼 수 없기에, 조심히 바깥 생활을 해보자라고 다짐하며 다시금 바깥 육아를 시작했다.


 다만 나의 다짐과는 달리 아파트 놀이터는 확진 방지를 위해 모든 공간이 폐쇄되었다. '출입금지'라는 선으로 온 입구를 봉쇄해 놓았기에 아이가 좋아하는 그네를 바라만 봐야 했다. 그렇게 모든 '제한'된 공간 속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마음 편히' 허락된 곳은 '외할아버지의 농장'이었다.

외할아버지 농장에서 꽃을 꺾어 귀에 꽂은 연수


 은퇴 후 농사를 지으셨던 아빠는 집 근처에 작은 밭과 논을 가지고 계셨다.  농번기 주말이면 가족들은 그곳에 가서 농사일을 도우며 시간을 보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오가는 사람이 없었기에 코로나 시대 사람을 마주치지 않고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아이는 그곳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우선 마스크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고, 벼, 시금치, 호박 등 갖가지 야채는 물론 잠자리, 소금쟁이, 여치 등 곤충들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는 그곳에서 풀을 뽑거나 삽으로 흙을 파고, 호미질을 하며 바깥 활동의 재미를 느꼈다. 삽 하나만 주면 밭 주변의 흙을 열심히 파 내고,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흠뻑 뿌려서 진흙을 만들기도 했다. 삽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돌을 들어 올려 한 곳에 모아두기도 했다. 가을에는 잘 읽은 벼를 만져 보거나 벼 껍질을 까서 쌀알을 발견하기도 하고, 호미로 시금치나 파를 캐며 수확의 재미도 느꼈다.

삽질에 진심인 연수. 결국 연수는 자기 키만한 삽을 할머니에게 선물 받았다.



 아이에게 할아버지 농장은 시간 가는지 모르게 놀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 그래서 매주 토요일이면 할아버지 농장에 가서 마음껏 뛰 놀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곳은 아이뿐만이 아니라 도시 생활에 지친 나에게도 힐링이 되는 곳이기도 했다. 아이가 자유롭게 뛰어 놀 동안 나는 캠핑의자를 펼치고 앉아 책을 읽거나 햇볕을 쬐며 시간을 보냈다.

호미로 땅을 파는 연수

 곡괭이, 삽, 호미 등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농기구는 아이에게는 장난감보다 재미있는 놀이기구다. 아이는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것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사용해 보며 스스로 사용법을 터득한다.  흙과 더불어 노는 재미를 알고 나서는 흙 속에 있는 개미나 곤충들, 흙을 뚫고 생명을 드러내는 풀과 꽃들에 호기심을 가지며 하나하나 관찰하고 만져 본다. 아마 내가 바깥 육아를 하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자연을 통해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며, 작은 것들을 통해 더 크게 세상을 확장하여 바라보는 태도, 그게 바로 내가 바라는 육아의 방법이다.

열심히 놀고 내 레몬에이드 빼앗아 먹는 연수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삶을 지배하고, 아이는 다섯살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힘이 생겨  삽질도 잘하고, 풀도 잘 뽑아 낸다. 올해는 연수를 위해 씨앗을 선물하려고 한다. 자기가 직접 씨를 심고 식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 사명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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