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워킹맘의 바깥 육아 이야기
시어머님이 연수를 보고 "얘는 천상 남자애야"라는 말을 하셨다. 이미 세명의 손주를 키워 본 어머님도 인정한 '에너지 넘치는 아이, 장연수', 연수를 집 안에 가두기에는 연수의 에너지가 넘치다 못해 흐른다. 집 안에서는 층간 소음 걱정때문에 연수에게 '하지마' '뛰지마'를 반복하는데, 에너지 넘치는 아이에게 '뛰지말라'는 소리만큼 곤욕스러운 잔소리는 없는 것 같다. 반항심 가득한 5살이 되더니 뛰지 말라고 이야기 하면 일부러 발을 구르며 '쿵쿵' 된다. 그래서 내가 아이를 더 자주 밖으로 데려 나가 놀게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밖은 층간소음에 구애 받지않고 쿵쿵 뛰어놀아도 되니 아이에게 '하지마'라는 말을 더 할 수 있다.
연수와 바깥 놀이의 끝은 항상 슈퍼마켓에 들러 간식을 사는 일로 끝난다. 나도 그렇고 남편도 그렇고 슈퍼마켓에 들러 소소하게 지르는 것이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인 것 같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편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맞다^^:). 그러다보니 연수와도 슈퍼마켓을 자주 가게 됐다. 물론 비가 오거나 눈이 와 바깥 놀이에 제약이 있는 날 바깥 놀이를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슈퍼마켓에 들러 이곳저곳 둘러보며 집에서 본 물건들을 설명해 주고, 필요한 물건을 카트에 담거나 계산대에 올리는 일들을 해보게 한다. 2살때 부터 그렇게 가르쳤더니 이제는 슈퍼마켓에 가서는 무조건 카트나 장바구니를 끌어야 하며 (하나를 사도 무조건... -_-), 자기가 원하는 것을 꼭 하나는 담아야 하며, 자기 물건을 봉지에 담아 본인이 들고 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연수에게 마트, 편의점은 일상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마트에 가면 항상 나와 연수 사이에 트러블이 생긴다. 달달한 군것질을 많이 사고 싶은 연수와 되도록 사주고 싶지 않은 나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 하지만 하나도 사지 않은 상태에서 연수는 집에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추파춥스나 껌 하나라도 사야지 집에 갈 수 있다. 새로운 군것질을 늘 쏟아지고, 어린이집에서 먹어본 새로운 간식들이 많아지니 먹고 싶은게 점점 많아진다. 하지만 나 또한 아이의 치아 건강을 신경 써야 하기에 절대 '하나 이상'을 사주지 않는다.
마트에 들어가기 전부터 '엄마는 하나만 사줄꺼야'라고 이야기한다. 아이는 껌, 과자, 아이스크림, 초콜릿 중 하나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심 고심 한다. 카트에 자기가 먹어보고 싶은 것을 넣는 것은 자유이나, 그것 중 살 수 있는 것을 단 하나 뿐이다. 처음에는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반복된 학습의 결과인지 이제는 자신이 먹고 싶은 거 딱 하나를 선택하는 일에 신중하다. 그리고 '초콜릿' '젤리'는 안된다고 말하면 꾸욱 참고 다른 간식을 선택하는 인내심도 생겼다.
매일 바깥놀이의 끝이' 달달한', '짭짤한' 간식이 되는 것이 내게는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마트나 편의점을 지나지 않고 집에 들어오려고 해도, 연수의 몸은 이미 편의점과 마트로 향하고 있다. 한참 때는 마트를 구경하고 나서 옆에 있는 편의점까지 가서야 집에 오기도 했다. 그만큼 아이는 간식에 진심이었다 ^^: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열심히 놀고 난 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을 내가 너무 좋아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