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워킹맘의 바깥 육아 이야기
먹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연수다.
오늘 아침 남편의 카톡, "일어나자마자 팝콘 달라 쌩떼"
뜬금없이 팝콘이라니. 꿈에서 본 팝콘을 내놓으라 떼쓰는 연수 때문에 남편은 결국 집 앞 편의점에서 팝콘을 사주고 출근하였다고 한다.
연수와 내가 종종 즐겨 가는 곳 중 하나, 바로 다이소이다.
만원이면 갖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담을 수 있고, 1,2층을 오르내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철산역에 있는 다이소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버스 타는 것을 좋아하는 연수에게 버스 여행과 다이소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나름의 패키지 코스는 꽤 인기가 많아 자주 가자고 조른다.
버스에 올라 다이소를 갈 때까지 연수는 창 밖 너머로 재개발되고 있는 광명의 풍경을 즐긴다. 재개발이 한참 진행 중인 덕분인지 연수가 좋아하는 포클레인, 덤프트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는 게 연수에게는 신나는 일이다. 버스에 내릴 때면 벨 누르는 것과 카드 찍는 것까지 모두 해야 한다. 사람이 많이 내리는 곳이라 최대한 뒤에 서서 연수가 계단을 한 발 한 발 내딛고 내릴 수 있게 도와준다. 이 모든 과정이 내게는 평범한 일상이지만, 연수에게는 아직 신기한 경험과 체험이다.
다이소에 도착하면 연수가 가장 먼저 가는 코너, 장난감+군것질 코너이다. 유토피아(?)처럼 좋아하는 젤리, 사탕, 과자, 음료수는 물론 퍼즐, 마술용품, 클레이 토이 없는 게 없다. 연수에게는 지상 최고의 공간임이 분명하다.
연수는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담는 장바구니 쇼핑 시간을 즐긴다. 장바구니에 담긴 것 중 '하나만'을 선택하는 과정을 주지 않으면, 아마 장바구니에 담긴 물건을 다 사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디에 가든 '딱 하나만' 살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관대로웠던 엄마의 '딱 하나만' 정책이, 아이에게는 너무 가혹한 순간이 있었지만, 몇 번을 반복하다 보니, 연수도 이제 갖고 싶은 것 하나를 선택하는 일에 신중하다. 두 개를 들고 뭘 먹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기특하다.
다이소에 가면 연수가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이거 필요하지 않아?" "엄마 나 이거 필요해". 대개 내가 필요할 거라 여기는 것은 집에서 봤던 물건들이고, 본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본인이 쓰고 있는 물건들이다. 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젓가락, 쿠키틀, 어린이비닐 손장갑 등 아주 소소한 물건들이다. 최근 연수가 베이킹에 홀릭되어 있는 통에 쿠키틀같은 베이킹 용품에 대한 물욕이 많아졌다. 크림 깍지, 쿠키틀, 뿌링클 등 연수는 베이킹 제품들을 소소히 사두고는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는 순간 바로 밀가루를 꺼내들고 베이킹을 하자고 한다.
열심히 쇼핑한 물건을 셀프 계산대에서 바코드 스캔까지 마치고 봉투에 담으면, 또 왠지 바로 집에 가기 아쉬운 마음에 스타벅스에 들리게 된다 (지극히 엄마 위주의 선택) 그럼 연수는 커피를 마시는 내 옆에서 다이소에서 산 군것질을 맛있게 먹으며 즐거운 둘만의 데이트를 즐긴다.
항상 밖에 나오면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연수지만, 버스 타자고 꼬셔서 집에 데려 온다.
근데 집에 안들어가고 놀이터에서 그네까지 타야 그때서야 집에 들어갈까 말 까다.....
괜찮아, 엄마도 집에 들어가기 싫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