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많지만 하지 말았어야 할 걸 뒤늦게 알았다.
캠핑 용품을 구입하고 두 번 정도 다녀왔다. 그러나 잠을 자고 오지 않았으니 캠크닉을 즐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잠을 자지 않은 이유는 남편이 집 밖에서 자는 걸 선호하지 않았고, 아직 매트 용품을 사지 않아서 나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캠핑 용품을 한참 구입했을 때 한 여름이었건만, 이 주 사이에 밤공기가 꽤 쌀쌀해졌다. 캠핑을 즐기기 좋은 계절이라 하는데 더 사야 할게 많아져서 멘붕에 빠졌다. 원래 사려고 했던 매트는 자충 매트, 에어매트, 에어 침대 사이에서 무한 고민을 하다가 네이처 하이크 28CM 에어 침대를 직구로 구매해 두었다. 부피와 무게, 가격 사이에서 내가 우선시 고려해야 하는 건 부피였기에 에어 침대를 선택해야만 했다. 근데 에어 침대 사니 무슨 수류탄 펌프가 필요하다고 해서 또 이걸 사야 한다 흑흑.
침대를 사니 이번에는 전기장판은 필수라고 한다. 필수면 사야지. 지마켓 스마일클럽까지 가입하고 카드까지 만들어서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크기가 커서 1차 좌절을 했다. 이너텐트를 가득 채울 심상으로 200*240CM 전기장판을 샀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내 키 반만 한(?) 제품이 왔다. 정말 이걸 들고 캠핑을 하는 건가? 의심스러운 사이즈였다. 감당하기 어려운 사이즈라서 엄마 집 거실에 입양을 보냈다. 바깥공기 쐬지 말고 그냥 엄마 집에서 카펫 역할 충실해 주길 바라오. 그리고 에어 침대를 채울 정도의 더블사이즈 전기장판을 하나 더 사고 말았다...........
자 전기장판을 샀으니 이제 릴선을 사야겠고, 침낭도 사야겠고, 불멍 하기 좋은 계절이니 화로대도 사야겠지. 그런데 히터와 난로도 필요한 날씨라고 한다. 이제 웃음도 나오지 않는다. 아니 아직도 살게 더 남았다고? 그것도 히터와 난로라니- 대강 인터넷으로 본 사이즈만 보면 조수석 한자리를 떡하니 차지할 정도이다. 아이가 있는 집은 난로보다는 히터를 권유한다. 40만 원 전후다. 텐트 하나를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런데 히터를 사면 등유를 추가로 넣을 수 있는 등유 통도 필요하다한다. 그리고 일산화탄소 경보기에, 가습기까지... 그것도 2리터 이상의 가습기..... 가습기가 없으면 목구멍이 찢어질 거 같다 한다.
이제는 의구심이 들었다. 사람들이 정말 저렇게 바리바리 싸들고 캠핑을 다니는 걸까? 이 정도면 그냥 집에 있는 게 나은 게 아닐까? 히터에 가습기, 거기에 알피쿨이라는 냉장고 등등 거의 신접살림을 차리를 수준이다. 세탁기는 들고 다니지 않는 게 신기하다. 조롱이 아니라 의문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걸 다 가지고 캠핑을 즐긴다면 나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나는 이 캠핑이라는 세계에 섣부른 판단으로 발을 들인 것에 뼈저린 후회를 한다.
남편이 말릴 때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말이 진리인 것처럼 남편 말이 진리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사놓은 캠핑 장비가 아까워 나는 또 살 목록들을 점검하고 쇼핑 삼매경에 빠지게 될 게 분명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에어비앤비 10만 원짜리 숙소 10번 갈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