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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다해 Jan 17. 2022

육아휴직 Tip 5: 남편이 의사나 전문직 아냐?

feat. 중고거래의 달인이 되다

육아휴직을 오래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의사나 전문직 아냐?’


‘시댁에서 물려받은 게 많겠지.’


‘양가 부모님 중에 누가 생활비 보태주시겠지.’



저렇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으니 대부분 이렇게 말을 꺼낸다.


“어떻게 그렇게 휴직을 오래했어?”


그 말 속에는 ‘생활비는 어떻게 감당했어?’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간혹 ‘육아휴직 기간이 그렇게 길게도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우리 집 경제사정을 궁금해 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당시 내 월급이 워낙 박봉이었기 때문에 휴직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고액연봉자라면 육아휴직 수당과 월급의 차이가 클 것이다. 형편에 따라 차액이 클수록 그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우리 집도 무급휴직으로 전환된 후에는 박봉에 걸맞게 귀여운 육아휴직 수당조차 들어오지 않으니 점점 경제적 압박이 커져갔다. 들어오는 수입 0원에 오히려 연금을 내 돈으로 내야했기 때문에 체감하는 수입 감소폭은 더욱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서민 가정인 우리 집 형편에 오랫동안 휴직을 할 수 있었던 특별한 비법 같은 것은 없었다.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는 것’


그것이 유일한 비법이었다. 휴직 당시 남편의 회사동료가 연말정산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이게 가능한 수치야? 돈 안 쓰고 살아?”



중고거래의 달인이 되다


돈을 아껴 쓰기 위해 육아용품을 중고로 많이 샀다. 처음에는 나도 새것으로 샀다. 그러다 ‘중고**’라는 중고물품거래 카페, 지역 맘까페를 알고는 신세계를 만난 듯 했다(요즘은 당근**이라는 앱을 더 많이 사용한다). 새 물품 정가 대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 이상 싸게 구할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상태가 좋은 중고물품들이 많이 올라왔다. 사실 나도 첫 아이다보니 처음에는 먼지 한 톨에도 까탈스럽게 굴며 새 것을 선호했다. 그런데 깨끗한 중고물품을 사보니 만족도가 굉장히 높았다. 새 제품 못지않다.

출처 : pixabay


유모차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중고로 구입할 물건 1번 후보가 유모차다. 새 것으로 사면 엄청 고가지만 중고가 되면 가장 가격 하락 폭이 큰 물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고로 구매해서 세탁업체에 맡겨 깨끗하게 사용하면 수 십 만원을 아낄 수 있다. 100만원을 넘는 유모차도 중고는 30~40만원대에 상태 좋은 것들을 살 수가 있다. 가성비를 따져서 샀던 핸들링 좋은 절충형, 내가 산 수준의 유모차라면 중고로 1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새 유모차를 선물 받았지만 우리 첫째는 유모차를 3번도 타지 않았다는 유명한 사실...엄마를 너무나도 사랑하여 엄마의 몸에 딱 달라붙어 다녔어야 했다. 유모차만 태우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서 그 유모차를 3번도 못 탔다는 유명한 전설이 있다. 우리 첫째 같은 아이라면 새 유모차가 무슨 소용인가.




아이들 책이 생각보다 비싸다. 보통 전집 하나에 수 십 만원이다. 그런데 책은 비싸게 주고 살수록 아이가 잘 읽지 않으면 본전 생각이 난다. 괜히 엄마는 화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가정 경제 뿐 아니라 내 정신건강을 위해 대부분 중고로 샀다. 중고**, 당근**, 중고책 판매 밴드, 지역 맘까페 등에서 필요한 책을 검색하면 다양한 가격대가 있다. 정가가 30만원씩 하는 책도 중고로는 반값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아이들은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경우가 많고 형제도 많아 오래 물려봐야 하니 다시 중고로 팔수도 없다. 제일 저렴한 것을 사서 막 읽혔다. 찢어도, 구겨도 맘이 편했다. 또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책을 사줄 수 있었다.


출처 : pixabay


장난감


블럭류를 주로 많이 사주었는데 이것도 다 중고로 사주었다. 의외로 블록 같은 경우 매니아가 아닌 아이들은 조금 가지고 놀다가 시들해지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깨끗한 제품도 중고로 많이 올라온다. 그 외의 자잘한 장난감은 동네벼룩시장을 이용했다. 벼룩시장이 열리는 날은 우리 아이들이 장난감 고르는 날이었다. 다른 집 아이들이 가지고 놀다가 싫증난 베이블레이드팽이, 터닝메카드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사줄 수 있었다. 장난감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장난감을 소중하게 여겼다. 또한 엄마는 정리할 것이 적어지기 때문에 일석이조이다. 아이들이 싫증내도 본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카시트


첫째는 새 제품으로 출산 선물로 받은 것을 사용했다. 둘째 때부터는 중고를 사기도 하고 분리수거함에 나와 있는 깨끗한 것을 가지고 와서 사용하기도 했다. 커버를 벗겨 깨끗하게 세탁한 번 하는 수고만 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무료로 카시트가 생긴다.



놀이매트, 젖병소독기 등


고가의 육아용품일수록 중고 상품을 이용해보길 추천한다. 절약되는 금액의 폭이 아주 크다.



아이들 탈 것-킥보드, 자전거, 전동차, 인라인스케이트


어차피 조금 타다보면 험해지기 때문에 굳이 새 상품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사놓고 잘 타지 않아도 돈도 덜 아깝다. 새 상품 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중고로 구할 수 있다.



중고거래보다 더 좋은 것, 물려받기


중고거래는 어쨌든 또 엄마의 품이 든다. 검색품, 발품. 물려받을 곳이 있다면 이런 수고를 덜 수 있다. 옷, 신발 등은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금방금방 자라고 외출 횟수도 많지 않기 때문에 꼭 새 옷, 새 신발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장난감 또한 마찬가지이다. 금방 싫증을 내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물려받을 곳이 있다면 육아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장난감은 장난감 도서관, 대여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나눔, 재활용 분리수거함 찬스


아이 키우는 동안 잠시 쓰는 가구(유아책상, 작은 책장, 전면 책장 등)는 동네 맘카페 무료 나눔이나 분리수거장을 이용했다. 주변 아파트 입주가 많은 시기가 되면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도 깨끗한 것을 구할 수 있다. 잠시 쓰고 다시 내어놓으면 되니 망가지거나 낙서를 해도 크게 부담이 없다.



☆ 돈보다 더 큰, 의외의 소득 ☆


이렇게 중고물품을 사용하다보면, 덤으로 얻는 소득이 있다. 아이들이 중고물품, 나눔 물품, 분리수거함에서 가져온 물건에 대한 편견이 없어진다. 내가 필요한 물건이라면 감사한 마음으로 가져다 쓰고 누군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쓰던 물건을 나누어 줄 수도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된다. 중고물품은 돈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는 지나가다가 필요한 물건이 눈에 띄면 분리수거함에서 아이들 스스로 가져오기도 한다.

중고물품 거래를 위해 근처 아파트를 여기저기 다녔던 경험이 부동산 공부를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임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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