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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arlet Jul 16. 2024

[일상 이야기] 좋아하는 노래, 치이기는 일상

제대로 치여야 제대로 힐링할 수 있다는게 핵심

나는 딱히 노래 취향이 없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듣는다. 올드 팝, 빌보드 차트, 발라드나 혹은 락... 가끔은 랩도 듣고, 친구가 하는 리듬 게임 노래도 듣는다. 너무 다양해서 나도 내 취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런데,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그 곡만 듣는 편이다. 정확하게는 노래에 '꽂힌다' 그 노래를 듣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아서, 그냥 무한 반복해서 듣는다. 내 차 옆자리에 앉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취향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가사를 우지는 못한다. 아는 부분만 부르고, 나머지는 웅얼웅얼 하는 것이 가끔 웃기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도 할 말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보통 외국 노래이니, 어떻게 다 외울 수 있겠는가.


남들은 내가 일본어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대부분의 노래가 일본어고, 일본 만화를 좋아하며, 일본어 공부를 한다고 노래를 부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나는 JLPT 4급에도 떨어진 일본어 왕초보다. 러니 일본어 가사와 뜻을 맞추기엔 여엉 실력이 아니란 이야기다.


그런데도 왜 일본 노래를 좋아하는가? 아마 가사가 주는 시적인 함의가 정말 좋아서다. 물론 중국 노래도 그런 의미로 좋아한다.


迷って悩んで笑いながら進もう

망설이다 고민하다 웃으며 나아가자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 한 부분이다. 저런 느낌을 좋아한다. 어쩐지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하는 가벼운 기분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한없이 밝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무거운 노래도 꽤 잘 듣는 편이다.


降りしきる雪よ 全てを包み込んでくれ

내리는 눈이여 모든 것을 덮어 감싸줘


뭔가 잊고 싶을 때, 도망치고 싶을 때,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어쩐지 그럴 수 있어 하는 위로를 받는다. 밝은 노래에서는 밝은 느낌을, 어두운 노래에서는 다정한 위로를 받는다.


중국 노래는 정말 좋아하는데 가사를 옮겨 적을 수가 없어서 아쉽다. 예전에 '신용문객잔'이라는 중국 드라마를 보았었는데, 그 노래의 여는 노래 '난이항거(難以抗拒)'는 정말 내 인생 노래였다. 지금도 가끔 들으면서 맺힌 마음을 씻어내리곤 한다.


제목부터가 절절하다. 난이항거.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노래 가사에 '사랑과 원한이 가면 갈수록 벗어나기 어렵다' 는 표현이 있다. 나는 그 절절한 고통의 표현을 들으면서 어쩐지 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듯한 슬픔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소설 대신 이 노래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참, 최근에 기운내기 위해 듣고 있는 노래는 또 다른 만화 ost다. 제목부터가 私は最強(나는 최강) 이다. 정말로 최강이 된 듯한 느낌을 줘서, 출근할 때 자주 듣는 노래다. 이 노래는 첫 부분도 정말 멋지다. 맨 첫 번째 가사는 다음과 같다.


さあ、怖くはない、不安はない

자아, 두렵지 않아, 불안하지 않아


매일 출근할 때마다 나는 어제의 실수, 며칠 전의 실수, 오늘의 해야 할 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따위를 생각하는데 그 불안함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가사다.


그래서일까, 나는 노래에 자주 치인다. 그리고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들으며, 그 음과 가사에 다시 한 번 치인다. 가끔은 세상 모든 것이 노래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느낄 만큼. 하지만 가끔은 너무 좋아해서 일상 생활이 좀 어렵기도 하다. 이럴 때마다 노래를 원망하기도 한다. 노래는 내 삶을 치유해주러 온 내 인생의 독재자 같기도 하다. 뭐.... 독재의 치세는 짧지만 꽤나 강력하니까.


누구나 자기의 인생 노래가 있을 것이다. 나처럼 많이 바뀌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영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노래를 들을 때만큼은 치유받고, 위로받고, 혹은 힘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나는 음악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음악이 꺼내주는 내 내면의 힘을 믿으려 한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노래방에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어느 힘든 날, 큰 소리로 부르고 씻어버릴 수 있게, 어디에서나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인 생각과 함께, 마지막으로 전할 노래 가사가 있다.


答えはずっと心の隙間にあって

해답은 항상 마음 속 한 쪽에 있고


그러니 내 삶의 해답을 내게서 찾아, 멋지게 살아나가보자! 라는 기분이 든다. 다들 오늘의 인생 노래를 갖고 있을까? 그렇다면 한 번 들어 보고, 더듬더듬 불러도 보자. 그렇게 노래를 내 마음속에 채워 넣자. 아름다운 가사들이 마음에서 넘쳐흘러 상처에 닿고, 내 미래에 가닿기를 바란다.


노래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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