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춤을 추나요?!
춤을 영어로 하면 ‘dance’이다. 독일어로는 ’tanz’, 프랑스어로는 ‘danse’ 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르게 춤이라는 말 이외에 '무용'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왠지 무용이라고 하면 좀 더 전문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곧 어렵다는 의미도 가지게 돼버린다. 내가 추는 춤은 ‘현대무용’이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현대무용이라는 말을 들으면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나 또한 그러했다. 재즈댄스나 발레, 한국무용 힙합 이런 말들은 자주 들어본 듯한데 현대무용은 왠지 낯설면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물론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지울 수는 없었다. 좀 더 보태면 지루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다.
현대무용은 영어로 하면 ‘contemporary dance’이다. 발레에서 벗어나 모던 댄스가 시작되고 포스트모던댄스를 거쳐서 컨템포러리 댄스라고 지금은 불러지고 있다.
외국에서 시작된 장르의 특성상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형성된 장르이다 보니 한국말로 현대무용이라고 했을 때는 그 범위가 무척 광범위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로 서울에서 수업을 할 때 만났던 중국인 무용수는 내 수업이 컨템포러리 보다는 모던댄스 쪽 같다고 했었다. 아마도 바를 이용한 순서를 많이 진행하고 이완해서 몸을 사용하기보다는 잡으면서 기초를 닦는 방식이어서 더 그렇게 느꼈었을 것 같다. 이렇게 현대무용 장르에서는 각자의 스타일과 개성이 춤과 움직임에 드러난다. 그래서 딱 이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고 그 사람이 정립한 방식을 수업에 들어가면 배우게 되고 다양한 테크닉들이 존재한다.
이전에는 현대무용의 기본이라고 하면 마사 그라함 테크닉, 커닝햄 테크닉, 호튼 테크닉 등 정립되어 있는 원리들을 배우고 기본기를 쌓아왔다. 모던 발레라고 하여 발레의 기본 동작을 토대로 음악이나 움직임을 새롭게 확장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접촉즉흥이라고 하여 사람 사이의 무게와 에너지를 토대로 작품을 만들고 트레이닝하는 예술가나 단체도 많이 있다. 스트릿 댄스를 접목하여하는 사람, 아프로 댄스를 토대로 하는 사람, 아얘 움직임 쪽이 아닌 시각미술이나 건축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사람 등 그 예술가의 베이스와 백그라운드에 따라서 천차만별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에는 퍼포먼스라고 통칭하여 사용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추고 있는 춤은 현대무용이기는 한데 어찌 보면 모던댄스적인 부분과 무브먼트적인 부분도 여러 섞여 있고 그 위에 스스로 정리해 가며 접목한 부분들도 두루 들어가 있다. 작업할 때는 그림을 활용하거나 내레이션, 텍스트를 활용하기도 하고 공간 자체도 액자형 보다는 다르게 사용할 때가 많다. 그 공간이 주는 느낌을 중요시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사람들에게 현대무용이라고 소개는 하지만 직접 내 공연을 보거나 내 수업에 들어와 보지 않으면 어떤 춤이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다. 사람들의 의식 속에도 두리뭉실하게 현대무용이라는 단어는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했듯이 그 사람의 베이스와 백그라운드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각각의 개성이 드러나고 색다른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정해진 동작을 할 때도 있지만 즉흥을 토대로 자신만의 무브먼트를 만들어내고 쌓아가는 작업을 하면서 스스로를 알게 되는 부분이 결국에는 현대무용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인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나는 남중, 남고를 나왔고 당연히 학교에서 춤이나 무용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대학에서도 사학과를 졸업하고 나중에서야 현대무용을 알게 되어 대학원으로 진학한 조금 독특한 케이스이다. 만약 어릴 때부터 춤을 접하고 내 몸에 대해서 알아왔더라면 조금 더 편하게 주변을 인식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부드러워졌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교육에서 한국 고유의 춤을 배우지 못하는 부분이 무척 아쉽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사람들이 춤을 많이 추게 되면 자연스럽게 공연에 대한 관심도 생기고 관객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근처 공원이나 강가에 편하게 모여서 춤을 추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그게 곧 춘천에 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