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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내춤 May 02. 2024

무엇보다 무엇이 먼저

왜 보다도 무엇

 무엇보다도 무엇이 먼저이다. 나를 끌어당기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욕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에 있어서 이 부분은 무척 중요한 지점이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거, 글로 쓰고 싶은 거, 표현해 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조금 더 들어가면 자꾸만 눈길이 가고 생각이 나는 것들을 캐치해서 고정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도 작업을 할 때 이 무언가가 찾아 왔을 때 아니면 내가 찾아 갔을 때 그 욕구를 믿고 일단 가보는 방식이다. 가는 데 다양한 방식으로 가보려고 해 본다. 어떻게 잘 다룰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등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다 보면 왜라는 나 스스로의 답이 조금씩 떠올라온다. 내가 왜 이 것을 하고 싶었는지 말이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너무 해야할 게 많고 다른 일에 분주하다 보면 정작 진짜 나를 끌어당기는 사소한 부분들을 놓치게 된다. 멍을 때리든 그냥 걷든 친구랑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 받든 의식을 좀 쉬게 하는 순간에 스멀스멀 밑에 깔려 있던 덮어져서 몰랐던 것이 올라오게 된다. 이 시간은 작업을 하는 중간에도 꼭 필요하다. 한 번 시작하면 일단 끝을 내놓고 보는데 그렇다고 그게 완성은 아니다. 그러고 숙성의 시간이 지나가면 무의식 속에서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계속해서 축적되고 시뮬레이션이 돌아가며 새로운 형성이 일어난다. 그러면 그냥 걷어올리면 된다.


 이러한 과정이 재미있다. 그리고 재미있어야 한다. 작업 과정이 너무 고통스럽고 자기를 다 끄집어내는 것 같고 주위가 안 보이고 생활이 사라진다면 그건 무척 위험하다. 한 번은 괜찮을 수 있어도 그 다음 또 그 다음으로 방식이 이어지면 피폐해지거나 떠나게 된다. 여기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안해 본 것들을 시도해보는 시간, 안 가본 장소, 처음 만나는 사람들, 분위기, 책 등 색다른 경험은 색다른 잎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고 그 시간에 뭘 건져야지 하며 보내라는 게 아니다. 그저 즐겨라. 우리의 몸은 저절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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