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침에 1시간 동안 걷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15분이 지나면 손 발이 따뜻해진다. 3개의 다리를 지나면 되돌아와야 하는 반환점에 이르는데 돌아오는 길은 가는 길보다 몸이 풀려서 그런지 걸음걸이가 훨씬 편하고 시간도 짧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걸으면서 주변을 보지 않고 시간과 지나야 하는 다리 수만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마치 러닝 머신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
세파라면 세파라고 할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이도 있으니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데 같은 행동을 반복하자 어김없이 내 성향이 드러난다.
나는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다.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 그래서 시간들을 쪼개서 배열하여 목표를 정하지 못하면 사는 게 지루하고 힘이 든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용기 내어 시작하는데 어느 틈에 그 일을 해야 하는 일로 만들어 버리는 슬프지만 비상한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
어쩌면 다수의 대한민국 사람의 성향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은 과제를 안고 시간과 씨름해야 생존하는 환경과 나름대로 타협한 결과일 것이다.
어떤 면에서 유희를 경험하지 못한 불행한 인간에게 해야 하는 일은 구원이 될 것이고 그 일을 즐길 수 있다면 최상의 구원이 될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즐기고 있는 요가를 생각해보면 잘하려고 하지 않고, 그냥 하면서 마음이 몸을 끌고 가지 않게 놓아둘 때가 그런 것 같다. 걷기 역시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마음을 놓아야 할 모양이다.
그냥 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