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찍은 위치에 쌍둥이 빌딩이 있다. 약 30년 전 내 사무실이 이 빌딩에 있었다. 법원 안 정원에는 그때도 나무와 꽃들이 있었지만 법원 밖은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보도뿐이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복장도 우중충하고 그들의 표정도 딱히 밝을 일이 없고... 법원, 검찰청 주변이 원래 그렇다.
그 시절에도 판사의 판결과 검사의 결정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이 장미터널 있는 곳에서 시위를 했고 하루 종일 녹음테이프를 크게 틀어 놓곤 했다. 덕분에 내 업무환경이 최악이었고 나는 곧 다른 사무실로 이사를 단행했다.
그 후 이곳은 9시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최적의 시위장소가 되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나는 시위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서 이 꽃 터널이 이곳에 생겼다고 추측한다.
설치한 의도가 무엇이었든 장미꽃은 만개해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향기와 여유를 느끼게 한다.
세상은 변해서 억울한 마음을 토로할 장소가 물리적인 장소 외에도 인터넷이 추가되었다. 장미터널이 생긴 이유나 기능은 나 같은 쓸데 적은 생각을 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나 회고적으로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