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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G Feb 27. 2021

독일에서 연구원 생활과 소소한 일상

독일에 온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필자는 독일 노트라인 베스트팔렌 주에 위치한 율리히 연구센터에서 2020년부터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독일에 온 계기는 간단한데 필자가 박사학위를 하는 동안 율리히 연구소의 그룹과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미 2015년과 2016년에 걸쳐 상당기간 독일에서 지내며 여러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할 수 있었고, 박사학위를 마치고는 주저 없이 이곳으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오게 되었다.


커리어 측면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독일에서 생활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 다양한 질 좋은 식자재와 채소, 저렴한 생활 물가 등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적어도 내 주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환경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단거리 여행 (1000 km 미만)에서는 가능하면 비행기를 타지 않고, 평상시 에너지 절약에 신경을 쓰는 점들이 대표적인 예시라 할 수 있다.


물론, 독일에서 생활에서 불편한 점도 많다. 연구소의 직원들은 워낙 국적과 배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거의 영어로 소통하지만, 연구소 밖에서 생활은 모두 독일어로 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서툰 독일어 때문에 행정처리를 할 때마다 독일어 사전을 보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불편하고, 독일에서 신문 기사를 보기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얻는 정보가 제한적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이라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한국에 있는 여러 지인들은 여유로운 삶의 태도와 방식, 토론하는 문화 등을 독일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생각을 하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을 하고 싶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전반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해서 삶이 좀 더 여유로운 것은 맞지만, 한국 방송과 미디어에서 보이는 모습은 과장된 면이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전반적으로 퇴근시간이 이른 것은 사실이다. 내가 사는 도시인 아헨의 경우 보통 오후 5부터 5시 30분까지가 러시아워인 듯하다. 그러나 업무 효율이 상당히 높고,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다른 직군의 경우 어떻게 일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학계에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학생(대학원생 포함)들은 한국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듯하다. 그리고 박사 후 연구원과 교수들은 저녁 이후에 일을 하는 경우도 꽤 흔하다. 나를 포함해 주변 연구원들과 PI들을 보면 일찍 '공식적인' 일을 마치고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저녁식사 이후에 2-3시간 일을 더 하는 식이다.


그래도 한국에서처럼 의미 없이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내가 계획한 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예를 들면, 나는 연구소에 출근을 하면 대부분 목적이 동료들과 토론을 하는 데 있기 때문에 출근을 하면 릴레이 토론이 이어진다. 예를 들면, 아침에는 지도하는 학생들과 한 명 한 명 토론을 하고, 오후에는 PI와 내 개인 프로젝트에 대해 토론을 하고, 중간중간에 코드 개발 및 다른 이슈들로 다른 연구자들과 간단히 토론을 하는 식이다. 나는 집중해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해석적 이론 연구 및 코드 개발 및 시뮬레이션) 집에서 일을 하는 게 더 편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일찍이 오후 2-3시에 퇴근해서 집에서 일을 한다. 일찍 퇴근을 하면 차가 막히지도 않아 통근시간도 10분 정도 단축되는 점이 좋다.


나는 도시 외각에 살기 때문에 10분 거리에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근처에 공원과 호수가 있어서 아이디어 레벨의 '소프트' 측면의 연구를 할 때는 공원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곤 한다. 퇴근 후에는 30분가량 조깅을 하면서 긴장을 푸는데, 이렇게 가볍게 운동을 하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한 다음 저녁식사를 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원래는 수영하는 걸 좋아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수영장이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에 수영을 할 수는 없지만, 여전히 조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보면서 조깅을 하는 게 소소한 일상이다.


글을 쓰는 지금 시점은 토요일 오후. 지난 12월과 1월에는 햇빛을 보지 못한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 점점 일조량도 많아지고 있다. 오늘 저녁은 초밥을 만들어 먹기로 해서 맥주를 여러 병 냉장고에 미리 넣어두었다.


토요일 오후, 날씨가 좋아서 테라스에서 블로그를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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