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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G Jan 30. 2023

뉴질랜드 남섬 로드트립 (1일차)

대자연과 함께한 9일간 2,000 km 의 여정


1일차: 크라이스트처치 -> 아오라키/마운트 쿡 -> 테카포, 2일차: 테카포 -> 와이타키 계곡 -> 티마루 (타이어 교체) -> 모에라키 해변 -> 더니딘
3일차: 더니딘 -> 남부 해안 풍경 도로 (Southern Scenic Route) -> 터아나우, 4일차: 터아나우 -> 밀포드 사운드 -> 터아나우
5일차: 터아나우 -> 퀸스타운, 6일차: 퀸스타운 -> 프란츠 조세프
7일차: 프란츠 조세프 -> 그레이마우스 (렌터카 반납), 그레이마우스 -> 크라이스트처치 (트랜스 알파인 풍경 열차로 이동)


지난해 12월에 결혼을 하게 되면서, 우리 커플은 신혼여행으로 지난 1월 18일부터 26일간 뉴질랜드 남섬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대부분의 커플들은 신혼여행으로 한가한 휴양지에서 시간을 보내는듯 하지만, 우리 커플은 둘 다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타입이라 로드트립을 선택했다. 우리가 선택한 옵션은 소위 "셀프 드라이빙 투어"라는 컨셉의 패키지였는데, 여행사에서 일정을 추천해주고 렌터카와 호텔만 예약을 해주는 식이었다. 즉, 정해진 호텔에서 숙박을 하기만 하면되고 중간 여정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운전을 해서 가는 식이었다. 셀프 드라이빙투어의 좋았던 점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배가고프면 마을에 잠시 들러 커피와 샌드위치를 사먹을 수 있기도 하고 경치가 좋으면 잠시 차를 세워 구경을 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었다. 뉴질랜드 남섬은 특별한 관광지가 있다기보다 섬 전체 곳곳에 아름다운 풍경이 숨겨져 있어 이런 방식의 투어가 버스를 타고 유명한 곳만 구경하는 방식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매일같이 구불구불한 길을 수백키로미터 이상 운전을 해야하는 빡빡한 여정이었고 대부분 숙박은 모텔에서 해결했지만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이었고 길에서 잠시 차를 세워놓고 구경한 풍경들은 아직까지도 기억이 선명하다.


우리는 현재 독일에 살고 있어서 독일에서 출발했는데, 친척들도 만나고 한국여행도 할 겸 해서 한국을 통해서 뉴질랜드로 가게 되었다.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시드니에 들러 뉴질랜드 남섬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할 예정이었지만, 인천에서 출발이 지연됨에 따라 우리는 시드니의 환승편을 놓치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우리는 시드니 공항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크라이스트처치에는 다음날 새벽 2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항공 여정의 피로와 시차로 피곤했지만 얼마 쉬지 못한채 우리는 다음날 8시부터 렌터카를 픽업하고 일정을 시작했다. 


유럽/한국과 달리 뉴질랜드의 자동차에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길에서는 좌측통행이 기본이라, 유럽/한국에서만 운전경력이 있는 나는 약간 긴장을 했지만 다행히 한두시간 운전을 하다보니 곧 적응이 되었다. 조심해야할 점들을 기억나는대로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운전석과 진행방향이 반대라는점만 고려하면 특별히 다른건 없었고, 표지판은 유럽과 거의 동일하다):


왼쪽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는것에 적응이 되어있다보니, 오른쪽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면 차가 도로의 왼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의식적으로 차선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그리고 좁을길을 때는 좌측편의 차폭이 생각보다 크다는점을 기억해야한다 (이게 가장 중요함). 

교차로에서는 특별한 우선권 표시가 없으면 왼쪽편의 차가 우선권을 갖는다 (유럽과 반대).

교차로에서 좌우를 확인할때 좌측통행임을 다시 기억하고 특별히 조심할것.

로터리를 돌때는 의식적으로 왼쪽이 아닌 오른쪽을 확인할것 (회전방향이 유럽과 반대).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한 우리는 첫째날 숙소가 있는 테카포 호수로 향했다. 우리는 여정의 중간쯤에 위치한 게랄딘 (Geraldine)이라는 마을에 있는 카페에 잠시 들러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곧 산악지방에 가까워질수록 도로는 더욱 구불구불해지고 그만큼 풍경은 더 멋져져갔다. 구체적인 이름이 다 기억나진 않지만, 중간중간에 차를 세워 풍경을 잠시 5분정도 구경하고 다시 여정을 이어갔다. 마침내 테카포 호수에는 오후 두시쯤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우리의 첫인상은 말 그대로 "Wow!"였다. 호수는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하늘은 청명했고, 주변의 산과 들판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었다. 물은 바닥이 비칠만큼 투명하고 깨끗했다. 우리는 호숫가를 잠시 구경하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내려놓고 아오라키/마운트 쿡으로 향했다.


테카포 호수의 풍경. 바닥이 비칠정도로 맑고 푸른 물빛이 인상적이었다.


마운트쿡으로 향하는길에 우리는 푸카키 호수의 풍경에 반해 또 잠시 차를 세워두고 구경을 했다. 푸카키 호수 근처에는 연어 양식장이 근처에 있어 우리는 신선한 연어회를 사먹을 수 있었다. 딱히 배가 고프진 않았지만, 신선한 연어회는 그 맛이 또 일품이었다.


푸카키 호수. 우리는 이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신선한 연어회를 맛볼수 있었다.


그렇게 풍경에 감탄을 하며 두시간정도를 운전했을까, 우리는 푸카키 호수에서 저 멀리 보였던 빙하가 있는 마운트쿡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

푸카키 호수에서 마운트 쿡까지 운전하는 길은 이런식이었다.


마운트 쿡에 도착한 나는 생전 처음으로 빙하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빙하 근처의 녹아 내리는 물은 절벽 곳곳에 폭포를 형성했고, 이렇게 빙하에서 내려온 물은 계곡을 따라 푸카키 호수로 향했다. 당시 느꼈던 인상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지만, 우리는 둘 다 대자연에 압도되어 잠시 할말을 잊은채 멍하니 풍경을 바라만 봤다.

빙하와 만년설이 있는 마운트쿡. 빙해에서 녹은물이 흘러 계곡이 되고, 이는 푸카키 호수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마운트쿡을 뒤로하고 다시 숙소가 있는 테카포 호수로 돌아갔다. 마을에는 저녁 8시 3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늦은시간이라 배부분 식당이 문을 닫았지만 운이 좋게 근사한 식당에서 마지막 주문을 할 수 있었다. 재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피곤했던 우리는 식사와 함께 맥주를 한잔했고, 디저트까지 먹고나니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다. 그러나 우리는 밤에 별자리 관측 투어를 예약해두어서 에스프레소를 한잔에 피로를 떨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뉴질랜드는 여름이라 9시가 넘어서야 해가 졌고, 별자리 관측 투어는 11시 30분에 시작했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사진을 남길 수 없었지만, 나는 살면서 이렇게 쏟아질듯한 별을 본게 처음이었다. 독일만 하더라도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별을 볼 수있다고 생각했는데, 뉴질랜드의 하늘은 이것보다 훨씬 깨끗했다. 은하수의 별들은 셀수없이 많았고, 별똥별은 30초마다 한번씩 끊임없이 떨어졌다. 재미있었던 점은 북반구와 반대로 모든 별자리가 뒤집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별자리 관측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야외 온천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비행기 지연으로 시작된 빡빡한 여정에 피곤했던 우리는 따뜻한 물에 들어가자마자 온 몸이 녹아내리는듯 했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다 잠시 골아떨어지기도 했지만,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잠에 드는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별자리 투어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말그대로 쿨쿨 골아떨어졌다.


별자리 관측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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