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G Feb 05. 2023

뉴질랜드 남섬 로드트립 (2-3일차)

예상치 못한 타이어 펑크와 너무 아름다웠던 남부 해안도로

2일차 (왼쪽)와 3일차 (오른쪽) 여정

2일차. 뉴질랜드에 도착하고 처음으로 푹 긴잠을 잘 수 있었다. 2일차의 "원래" 계획은 테카포에서 출발해 와이타키계곡을 거쳐 더니딘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크게 알려진 명소는 여정에 없었지만, 길 차제가 너무 아름다웠고 반지의 제왕의 몇몇 전쟁 씬을 촬영했다는 지역을 지날 예정이었다.


이틀차에는 운전자를 교체해 내 아내가 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조그만 사고가 나서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위치한것에 익숙하지 않았는지, 좁은 다리를 지나가다가 조그만 계단 턱을 치었던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곧 차에 문제가 있음을 눈치챘고, 차를 세우니 이미 좌측 전방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비포장 도로에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는 곳에서 타이어 펑크라. 다행히 트렁크를 열어보니 비상 타이어와 함께 타이어 교체에 필요한 공구가 있었다. 지금까지 타이어 교체를 직접해본적이 없어 차근차근 설명서를 읽고 있는데,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한 아저씨가 차를 세우고는 직접 타이어 교체를 하는것을 도와주셨다. 이렇게 운이 좋게 우리는 10분만에 비상타이어를 갈아끼웠고, 조금 운전을 해서 큰 도로쪽으로 나가니 전화와 인터넷이 핸드폰에 잡혔다. 우리는 근처 카센터에 전화를 해봤는데, 워낙 외지이다보니 근처에는 우리 차의 규격에 맞는 타이어가 없었다. 결국 이곳 저곳 전화를 한 끝에 티마루라는 도시의 카센터에 우리가 찾는 타이어가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2일차. 비포장 도로에서 타이어 펑크낸 것을 기념해 사진을 찍었다. 


타이어 펑크를 내명서 아내는 이미 의기소침해있어서 운전은 내가 대신 하기로 했고, 비상타이어로는 빨리 달릴수가 없어 아주 천천히 티마루로 향했다. 티마루의 카센터의 직원은 매우 친절했고, 우리의 여정을 물어보고 가볼만한 곳이나 뉴질랜드에서 운전할때 조심할 점도 알려주었다. 타이어 교체는 30분만에 끝이 났고, 우리는 다시 동쪽 해안도로를 따라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이미 스케쥴이 많이 지체되어 정차없이 계속 운전을 하다가, 그래도 한곳정도는 구경을 하는게 좋겠다 싶어 모에라키 해변에 차를 세우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모에라키 해변은 둥글둥글한 바위가 유명하다. 근처에서 보면 공룡알처럼 생겼는데, 마치 거인이 일부러 바위를 모아놓은것 같았다. 이날은 운전을 하는 내내 비가 왔는데, 다행히 우리가 해변에 도착해서는 날씨가 다시 좋아졌다. 비개 그친 직후라 우리는 수평선 너머로 멋진 무지개도 볼 수 있었다.


모에라키에서 한시간정도 더 가서 우리는 드디어 더니딘에 위치한 2일차 숙소에 도착했다. 지친 우리는 모텔 앞에 있는 식당에서 피쉬-앤-칩스를 가져와 티비를 보며 저녁식사를 했고, 곧 골아 떨어졌다.


모에라키 해변의 바위들. 사진 왼쪽 중간쯤 수평선 너머로 무지개가 보인다.


3일차. 전날에 타이어 교체로 진땀을 빼면서 재대로 여행을 못했기에, 3일차에 우리는 더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우리의 계획은 더니딘에서 출발해 남부해안도로를 따라 산악지방에 위치한 터아나우로 가는 것이었다. 정차를 하지 않아도 운전으로 6시간이 걸리는 거리였기에, 우리는 아침 6시에 숙소를 나섰다.


우리가 제일 먼저 향한곳은 더니딘에 위치한 터널비치였다. 우리가 인터넷을 찾아봤을때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는 유일하게 한 커플만 만났다). 우리는 운이 좋게 평화롭게 자고있는 바다표범을 볼 수 있었는데, 우리가 근처에 다가가자 눈을 껌뻑이다가 한숨을 쉬고는 다시 쿨쿨 계속 잠을 자는게 아닌가! 아마 우리는 별로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았나보다. 터널비치에서 마주한 일출을 정말 멋졌고, 해변과 어우러진 바위와 절벽 또한 아름다웠다.

일찍 일어난 우리는 터널비치에서 일출을 감상할 수 있었고, 해변에서 여유롭게 자고있는 바다표범을 만났다 (왼쪽).


터널비치를 뒤로 하고 우리는 남부 해안도로에 들어섰다. 여기서는 가는 곳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풍경이 어우러졌고, 우리는 잠깐잠깐 차를 세워놓고 해안가 구경을 했다. 해변가의 많은 곳들이 멋졌지만, 특히 멋졌던 곳은 바로 "너겟 포인트"였다 (아래 사진). 


남부해안도로에 위치한 "너겟 포인트".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곶" 정도가 되겠다. 해변과 어우러진 바위들이 인상적이었다.
너겟포엔트에서 바라본 남부 해안도로.
아후리리 플랫. 여기에는 펭귄이 서식하고 있다고 했는데, 낮 시간에 펭귄은 모두 사냥을 하러 나가고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너겟 포인트를 지나 여정을 이어갔는데, 그 다음에 멈춘곳은 푸라카누이 폭포였다. 길에 차를 세워두고 숲을 10분정도 걸어가니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였다. 해변가의 풍경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푸라카누이 폭포.


우리는 남부 해안도로를 따라 계속 운전을 했고, 인버카길 근처에서 해안도로를 벗어나 우리의 목적지인 터아나우가 있는 산악지방으로 가는 도로에 들어섰다. 운전을 두시간정도 하니 풍경은 눈에 띄게 바뀌었고, 어딜 가나 멋진 산이 배경에 보였다. 다행히 3일차에는 별일없이 오후 4시 정도에 터아나우에 도착했다. 새벽부터 계속 운전을 해서 그런지 어깨가 뻐근했지만 멋진 풍경을 마주하며 산책을 하다보니 몸은 또 금세 가벼워졌다.


터아나우에 거의 도착할 무렵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양때를 구경했다.


터아나우는 호수가에 위치한 조그마한 도시인데, 거리 곳곳에 관광객이 꽤 많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이틀을 머물 예정이었는데, 첫날 우리는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구경할 뿐만 아니라 동굴에 있는 "글로우 웜"이라 불리는 호롱불처럼 빛을 내는 애벌레를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와 탁 트인 하늘을 구경하니 가슴이 뻥 똟리는 느낌이었다. 동굴에서 사진을 찍는건 금지되어있었는데, 나는 여기서 글로우웜이라는 생명체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주로 깜깜한 동굴에 서식하며 빛에 현혹되어 날아온 날파리 등을 먹고 성장한다고 한다. 깜깜한 동굴 천장에 촘촘히 박혀있는 불빛은 희안하게 아름다웠고, 신기로웠다. 우리가 뉴질랜에 머물면서 자주 느꼈던 감정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대자연을 마주할때 느끼는 경의로움이었다. 


아무튼 3일차는 우리가 뉴질랜드에 도착하고 드디어 아무일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던 날이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근사한 식당에서 기분좋게 뉴질랜드의 음식과 술을 맛보고 편한 마음으로 평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터아나우와 호수.


작가의 이전글 뉴질랜드 남섬 로드트립 (1일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