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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주 아녜스 Dec 08. 2023

친구와의 이별, 그리고 8가지의 감정들.

나는 과연 그 친구에게 좋은 친구였나?

모임명 ‘꽃띠’ 나의 7명의 공주들(친구들)을 통틀어 우리 엄마가 지어주신 모임이름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가 30이니, 약 13년이 된 친구들이다.

26살 경 7명 중 한 친구가 결혼 후에 연락이 두절되어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29살 마지막 달에 한 친구가 이별을 고했다. 바로 어제의 일이다.

두 달 전부터 단톡방에서, 그리고 모임을 만날 때 친구의 태도가 변함을 느꼈다. 예민한 성격 덕분인지 친구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차렸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씹혔다. 단톡방에서 인스타에서 갠톡에서 약 5차례정도 씹혔다. 사실 나로선 기분 좋지 않았고, 이러저러한 생각들로 오해만 생길 것 같았다.

친구한테 용기 내서 어제 연락을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친구가 지난여름 여행에서 크게 어떠한 감정들을 느꼈던 모양이다. 한 동안 친구가 힘들었던 것 같다.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얘기해 주기 아직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이유는 당장 괜찮았다. 그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근데 친구는 이미 마음을 정한 듯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도 닫힌 마음에 대해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저 말에. 억장이. 무너졌다.


어이없고, 짜증 나고, 열받고, 우울하고, 속상하고, 아쉽고, 실망스럽고, 서운했다.


너무 소중하고, 사랑했던 만큼 실망스러웠다.

사실 나도 그 친구에게 상처받은 걸 나열하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한나절은 걸릴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난 그 친구가 좋았다. 내가 상처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 좋았다. 상처받았을 때 몇 번 얘기도 했었다. “너의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았다”라고. 나도 사실 얘기하기 싫었다. 근데 소중한 친구고 오래가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서 고백했고,

용서와 이해로 다져 나갔다고 생각했다.


‘남아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자’ 다짐했던 나였는데,

나는 과연 그 친구에게 좋은 친구였을까?


그간의 추억과 우정을 생각해서라도.

우리한테도, 그리고 나한테도 기회라도 줬더라면,,

그 정도의 사랑도 남지 않았던 걸까.


한 동안은 이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예전에는 사람 관계에 대해서 냉정하고, 아쉽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근데 이제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이 버겁고 힘들다.

삶이 버겁고 빡빡한데, 이 와중에 소중한 것을 잃은 기분이다.


예전에 나도, 친구들에게 한마디의 인사도 없이 사라졌던 적이 있다. 10년 지기 친구들이었는데, 난 더 이상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 이미 많이 얘기했고 도움을 요청했다. 변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을 했다.

이 친구도 그렇게 느꼈던 걸까? 우리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래도, 10년 동안 고맙고 즐거웠다고 인사라도 할 것을..싶다.

그때의 내 행동에 다른 친구가 힘들어했을까.

친구와 이별을 할 땐 어떻게 하는 게 맞을까.

친구와 이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밉고, 실망스럽다. 하지만 진심으로

친구가 더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길 바라주고 싶다.


다만, 친구가 괜찮아지는 날이 와서,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내가 과연 친구를 받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어렵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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