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극장가에서 비수기에 속하는데요. 그래서인지 11월에는 한국 영화 신작은 많지 않고 대부분 외국 영화 개봉이 많습니다. 대중적인 작품부터 시네필이 좋아할 만한 예술 영화까지 다양하게 있네요. 11월의 개봉 예정 영화 중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청설은 11월에 개봉하는 몇 안 되는 한국 영화입니다. 영화는 뭐랄까요. 따뜻하고 잔잔한 로맨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평범한 남자 용준과 청각 장애인 여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는데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로맨스이지만 마냥 진지하진 않습니다. 예고편을 보면 여타 로맨스 영화와 비슷하게 두 청춘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 내거든요. 두 주인공으로는 드라마에서 라이징 스타로 거듭난 홍경과 노윤서가 출연했습니다. 11월 6일 개봉할 예정이니 극장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슴슴한 로맨스가 땡기시는 분들은 한 번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렸던 영화입니다. 아노라는 플로리다 프로젝트로 유명세를 얻은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으로 지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료상을 수상했습니다. 션 베이커 감독답게 내용은 가볍지 않습니다.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가 러시아 재벌 2세와 결혼하게 되는데 이반의 부모님은 결혼을 막기 위해 갖가지 술수를 동원합니다. 여기서 아노라, 이반, 이반의 부모님이 보낸 하수인간의 소동이 펼쳐지게 됩니다.
주연을 맡은 마이키 매디슨의 연기가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해외에서 많이 나왔는데요. 이 배우가 누구지 싶으시다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에서 수잔 세이디 앳킨스를 연기했다고 하면 알 수 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킬리프 집에 침입했다가 비명만 지르고 당하는 역할로 나왔었죠. 션 베이커 감독과 마이키 매디슨을 좋아한다면 오는 11월 6일 영화관에서 만나보세요.
류이치 사카모토와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하시나요? 그렇다면 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요.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일본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감각의 제국을 연출한 오시마 나가사가 1983년에 연출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이 41년 만에 4k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되어서 전국에 개봉합니다.
1983년 개봉 당시에는 태평양 전쟁과 동성애 소재를 다루고 있고 일본 문화 개방 이전이라 국내에서는 개봉하지 않았습니다. 시네필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소비되다가 2023년 12월에 잠깐 아트나인에서 개봉하며 더 소문을 탔죠.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세계적 스타인 데이비드 보위, 류이치 사카모토, 기타노 다케시가 배우로 출연한 것입니다.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영화 음악에 도전하게 됩니다. 전장의 크리스마스에 삽입되었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는 지금도 좋아하는 팬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전반적인 줄거리는 일본군 요노이 대위는 영국군 잭 소령을 처음 본 순간 끌리게 되고 일본군과 영국군이 대립하는 포로수용소에서 두 사람 간의 미묘한 긴장과 감정이 형성된다는 내용입니다.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라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나 영화 좀 본다'는 분들에게만 관람을 권해드립니다.
괴물은 작년 11월에 국내 개봉했다가 다시 1년 만에 재개봉하는 일본 영화입니다. 국내에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영화이죠. 저는 작년에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관람을 했는데요. 재밌게 봤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점들이 모두 들어간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특히, 초반부에는 의문을 들게 하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보는 이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드는 각본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 사오리가 아들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발견하고 학교에 상담을 하면서부터 생기는 일련의 사건을 그렸습니다. 11월 7일 개봉할 예정이니 아직 괴물을 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보시면 좋겠습니다.
카카오 최고 인기 웹툰 나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 신작이 11월에 선공개됩니다. 올해 4월에 애니 1기가 마무리되고 국내외에서 인기가 좋아 2기 제작에 바로 들어갔는데요. 내년 1월 2기 공개에 앞서 1기 내용과 2기 2화까지의 내용을 합쳐 극장판으로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1기의 줄거리는 이세계에서 생긴 괴물들을 쓰러 뜨리는 헌터로 살아가는 성진우가 우연한 계기로 무적에 가까운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이었죠. 여기에 2기 초반 내용인 레드 게이트 던전 분량까지 합쳐 극장에서 공개한다고 하네요. 1기를 아직 보지 않았거나 2기를 미리 보고 싶은 나혼렙 팬에게 추천합니다.
24년 만에 검투사가 돌아옵니다. 2000년 최고의 흥행작이자 러셀 크로우에게 막시무스라는 인생 배역을 선사한 작품 글레디에이터의 후속작이 나옵니다. 1편의 감독을 맡았던 리들리 스콧이 다시 감독으로 참여해 2편을 만들었습니다.
1편의 막시무스가 죽고 20년 뒤를 다루며 로마군에게 패해 노예이자 검투사가 된 루시우스가 결투를 거듭하면서 로마의 운명을 건 결전을 하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평가에 따르면 루시우스를 맡은 폴 메스칼의 연기가 아주 훌륭하다고 합니다.
해외 보도에 따르면 리들리 스콧은 이미 3편 각본 제작에 나섰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흥행과 작품성에 자신 있다는 것 아닌가 싶네요. 개인적으로 불안한 점은 후속작 텀이 24년이나 되어 1편의 팬들이 2편을 보러 많이 갈지 그리고 최근 리들리 스콧 감독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기도 합니다. 일단, 국내에서는 인지도 낮은 배우, 인기 없는 외국 시대극이라 크게 흥행되지는 않을 것 같네요. 개봉은 11월 13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