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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새 앵선 Mar 02. 2024

제주에서 9

(성판악-절물 휴양림-산굼부리-비자림-월정리-세화리-온평리 앞바다)

낼모레면 제주를 떠나기에, 오늘은 주저 없이 동쪽으로 향한다.


제주에 와서 한 번만 가기엔 너무 아쉬운 비자림 을향해 내비를 켰더니 오늘을 성판악으로 안내한다.

숙소 근처는 비도 눈도 안 왔는데,

점점 올라갈수록 길은 녹았지만, 길옆 나무들은 눈 옷을 입고 있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 같다. 성판악까지 오르는 길은 처음이라,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미끄럽고 높은 산을 올라가는 느낌이랄까?

한라산 등반을 하는 분들 코스의 하나다.

성판악까지 올라 길옆에 차를 주차하고는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하니, 온통 눈밭이라 주차장도 막혀있고, 몇몇 사람들이 나처럼 성판악 눈구경하고 있다.

내려오는 길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니 뒤차들이 밀려있어 깜빡이를 켜고는 추월하라고 한쪽으로 비켜섰다.

묘한 경험이다. 조금은 겁이 나가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다시 비자림을 향하는 길에, 절물 휴양림, 산굼부리, 가 있어  오늘은 주저 없이 향한다.

절물 휴양림 역시 눈밭이라 걷기에는 무리이고, 산굼부리는 눈이 녹아 억새풀 가득한 길을 걷는다.

그저, 혼자, 말없이....

후배가 전화가 왔다!

“언니! 자유로운 영혼!

부러워!”

“ 자유로운 영혼? 몸은 자유로운데, 영혼은 시끄러워!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아!”


말해 무엇하랴!

그냥.......


지인이 전화 왔다!

생일 축하 한다고, 톡으로 예쁜 초콜릿케이크까지 보내왔다!

아! 감사!  암까지 이겨낸 그의 웃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 의 남편은 끔찍이도 그를  사랑한다. 부부가 행복하니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랴~~

앞으로의 시간 또한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비자림의 숲은 언제나 포근해서 걷는 내내 편안하다.

매일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월정리로 향했다!

월정리 해변의 변한 모습은 넘~~ 싫어서 바닷가로 내려갔다가 스스럼없이 다가선, 젊은 그들과 함께 한 컷!

나도 덩달아 젊어진 느낌이다!

여친 ?(여행친구)


엄마의 바다 온평리!

드디어 참아냈던 울음을 터트린다.

엄마! 엄마!

지금 제일 보고 싶은 엄마!

지금  제일 같이 살고 싶은 엄마!

온평리 바닷물에 미역도 따고 전복도 땄다던 엄마!

엄마의 목소리가 파도 타고 들리는듯하다.

3살 때 제주를 떠난 나는 고향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제주에서 친척이라도 올라오면 엄마는 제주언어로 아주 신나게 얘기를 나누셨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제주말이라도 배워 놀걸.....

엄마!

고향 떠나 친구도 없이 자식들 키우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고지식하고, 박봉의 공무원인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일곱 자식 공부시키기 힘들어, 절약이 몸에 밴 엄마!

지혜롭고, 부지런한 엄마! 못하는 것이 없는 만능 척척박사 엄마!

엄마의 얘기를 어떻게 글로 다 쓰겠어! 내 가슴에 한가득인데, 이걸 다 풀어내려면 책으로 써야 할 것 같아, 엄마!


밀물의 바다는 철썩 거리며, 먼 곳으로부터 달려오고, 차차 차오르는 바위 위로 꽃 한 송이 외롭게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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