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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동 Mar 19. 2024

[준비 03] 자유영토에 대하여

첫 번째 로컬디자인페어 : 자유영토에 대하여

태백에서 30분가량 떨어져 있는 석포에는 석포제련소가 있습니다. 처음 보고 그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뒤, 가끔 마음이 심란할 때면 차가 있는 사람들을 꼬드겨 석포에 가자고 합니다. 그곳에 잠깐 머물며 황량한 석포 제련소를 보고 있으면 늘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석포제련소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은 나중에 어떤 그림표현을 하게 될까?”

어린이들은 보고 자란 것을 흡수합니다. 산에 사는 어린이들은 산을 흡수하고 바다에 사는 어린이들은 바다를 흡수하고 도시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도시를 흡수합니다. 그중 광산에서 자란 어린이는 광산을 머금었습니다. 산에 뻥 뚫려진 동굴은 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생겨난 기찻길의 통로이고, 산속 깊은 계곡으로 형성된 마을은 늘 새벽녘 신비로운 물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산은 당연히 뾰족하게, 밤하늘은 무엇보다 캄캄하게. 사람은 별로 없지만 탄광촌이 가진 검은색의 반짝이는 어떤 것들을 광산에서 자란 어린이는 무의식적으로 이것 저것에 담아냅니다. 광산에서 자란 어린이의 표현입니다. 사실 자매품. 논밭을 보고 자란 어린이, 바다를 보고 자란 어린이의 표현도 있습니다.  

어쩌다 그 어린이들이 커서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살고 싶은 지역에 살며 자신이 머금고 담아온 영토를 표현하게 됩니다. 그 영토의 표현은 다른 것을 보아왔기에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로컬 디자인 페어를 통해 우리의 경험들이 다르며, 그 다름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머금은 영토의 표현이 자유가 되고, 그 자유안에서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며. 다시 그 공간들이 연결되어 로컬에 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함께 용기내어 숨쉬기를. 로컬디자인페어 : 자유영토는 그것을 확인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로컬디자인페어에서 우리들의 자유영토를 찾아갑니다.

기획자 김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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