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일 화요일 저녁 8시 푸치니의 4대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 마담 버터플라이, 투란도트의
갈라쇼 막이 올랐다. 그랜드오페라단이 2020.8월 <올댓 푸치니 올댓 오페라>란 제목으로 롯데 콘서트
홀에서 공연한 것과 똑같은 제목과 똑같은 출연진이 나오는 앙코르 갈라쇼다. 그랜드 오페라단은
내가 지원하는 오페라단이지만 이 글은 오페라 관객으로서 관람하고 느낀 것을 쓰기 위해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푸치니 4대 오페라의 아름답고 비감 어린 아리아를 라이브로 듣고 싶었다. 특히 오페라 투란도트는
라이브 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보게 되어 잔뜩 기대를 했다.
잠실 롯데 콘서트홀 공연장도 처음이었다.
이번 푸치니 올 댓 오페라에 참여하는
캐스팅을 보면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나온다. 윤병길, 김동원, 윤정란, 김나희,
김은경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출동
해서 16곡의 아리아를 들려준다.
오케스트라는 요즘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소문이 있는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았고 매트로 오페라 합창단이 웅장한 합창
곡을 선보인다.
무대 연출은 간결하면서도 화려하며 규모면
에서도 극장과 어울렸다. 음향은 물론 공연
환경은 롯데 콘서트가 국내 최고다.
지휘자는 이탈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카를로 팔레스키 마에스트로가 맡았다. 팔레스키 마에스트로는 칠순을 바라보는데도 이탈리아와 한국을 오가며 지휘에 열정적이며 유난히 우리나라에 팬이 많다.
제작은 그랜드 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이 맡았다.
안단장은 이번 공연이 그랜드오페라단 창단 27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라서 매우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특히 최고의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선곡과 캐스팅에 올인했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를 들으며 아리아마다 전해오는 감동에 두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푸치니 오페라 4가지를 어떻게 배열할지는 안단장의 몫이다. 맨 먼저 라보엠으로부터 시작해서 토스카를 거치면서 그 비극의 현장을 목격하는 듯한 아리아를 듣고 마담 버터플라이에서 나비부인 미미의 슬픈 아리아를 듣는다. 마지막으로 투란도트의 네순도르마와 메트로 합창단의 웅장한 파장이 가슴을 때렸다. 오랜만에 오페라에서 느껴 본 감동이었다.
지난 2월 그랜드 오페라단의 창작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이 경쾌한 러브 스토리여서 감동이 약했다면
이번엔 4대 오페라마다 감동이 이어졌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토스카, 마담 버터플라이, 투란도트
중에서도 투란도트는 앞의 세 오페라와는 격이 좀 다른 것 같다. 오페라 <아이다>처럼 대담하고 웅장
하며 그 스토리 또 반전이 아주 대단한 오페라여서 이 날도 윤정란과 김동원이 그 반전의 스토리를
고혹적인 소프라노와 가슴에 절절한 테너로 감동을 전해줬다.
푸치니의 4대 오페라는 모두 비련의 주인공 스토리다. 라보엠은 사랑이 떠나가자 미미는 죽는다.
토스카에서도 사랑에 헌신하는 여인으로 나오는 토스카도 죽는다. 사랑을 기다리는 여인 나비 부인도
아기를 남기고 죽는다. 사랑을 부정하는 투란도트는 해피엔딩인 것 같지만 왕자의 노예로 나오는 류가
자살을 하면서 투란도트와 왕자의 사랑이 이뤄지는 비극 속의 해피엔딩이다.
이날 공연의 대표적 아리아는 라보엠의 '그대의 찬 손, 다들 떠났나요? 나는 잠자는 척을 했어요'
토스카의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별은 빛나건만'. 나비부인의 '어떤 개인 날과 안녕 아가야'
, 투란도트에서 '달의 노래', '[아무도 잠들지 않고', '만년 역사를 지키는 우리의 황제'를 부른다.
마지막 앙코르곡, 모든 출연자가 무대로 나와 투란도트합창곡을 함께 부르면서 막을 내렸다.
관객들의 브라보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나도 일어나서 브라보를 외치며 한참 박수를 쳤다.
이번 공연을 하며 그랜드 오페라단은 최초로 2천 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예술경영 측면에서도
이번 공연의 구성, 캐스팅, 대관운영, 마케팅, 휴면 네트워크 등 많은 점에서 오랜 기간 연구하고
연습하며 전략적 운용을 한 안지환단장이 돋보였다. 오랜만에 그랜드 오페라단이 만들어 내는
예술적 감동과 상업적 공연 성공이 상관 관계가 깊다는 점을 실감하게 한 공연이었다.
<오른쪽, 그랜드 오페라단 안지환 단장이 관람객과 환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