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소감
취업을 했다.
정말 하고싶었던 HR 직무로. (이제 나도 인사팀이 말하는 꿀팁 어쩌구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사실 취준생 처지야 어느 나라든 어느 나이든 다 비슷하게 비극적이겠지만, 개인적으로 체감되던 졸업 직후 유학생 신분으로서의 미국 취준은 예상보다도 배로 암울했었다. OPT라는 제도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조급한 타임어택이기도 하다. 졸업 후 3개월 안에 취업하지 못하면 이 나라 안에 있을 수 없으니까. 게다가 아무리 힘들어도 애초에 주어지는 기회는 졸업 후 일년, 딱 한번. 지금 아니면 못한다는 생각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제대로 노력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태를 지속해왔다. 모든 취준생들은 공감하겠지만, 정말이지 한 기업에서의 합격 불합격 여부가 내 가치를 결정하는것만 같았다.
“일하고있어”라는 말을 듣는건 정말 평범한 일상이고, 퇴사하고싶은 직장인, 월급루팡중인 직장인 등의 밈은 그렇게도 흔해빠졌는데, 왜 주변인들의 취직했다는 말은 그리도 특별하게 들렸을까. 포기하고 한국에 들어갈 생각은 당연하고, 자주 악몽을 꾸기도 했고, 포기를 거듭할수록 무기력함만 더해져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던 날들도 비일비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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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무언가 조금씩 시도라도 할 힘이 있던 건 정말 사람의 힘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남일 뿐인 인간 한두명이 누군가에겐 삶을 바꿔줄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새삼 실감한다. 사실 취업을 했다고 해서 인생이 180도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사실 대기업이든 뭐든 정말 그렇다, 당장의 성취가 평생의 영광을 보장하진 않으니), 직장을 구했다는 것만으로 수상소감마냥 “저를 믿어준 사람들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라고 하기엔 많이 민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이든 뭐든, 내가 걷는 한 발자국이라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다. 정말로. (특히 넌 이 글 읽고있을거 알아, ㅈㅇ아)
이게 내가 사람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 것 같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때 HR 이라고 답하면 왜냐고 물어보는 지인들,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그때도 속 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했지만, 생각을 정리해 글을 써보려는 지금도 여전히 명쾌한 정리는 안 되고있다.
HR에는 조직과 개인의 핏을 찾아내는 흥미로움, 각자가 해내는 일 뒤에 숨어있는 감정선, 숫자로 표현되기 어려운 노력이 주는 수치화된 보상.. 등 산업심리학 전공생으로써 흥미로운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냥 '사람에 대해 공부하는게 좋아서'라고 답하는게 제일 내가 하고싶은 말에 가깝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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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정규직으로써의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하게 된 지금,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이 들고 있다. 부담감, 설레임, 걱정, 뿌듯함, 피곤함… 나와 또래의 사회초년생들이라면 필연적으로 만나는 순간일 것 같다. 이젠 대학생 때처럼 시간을 온전히 즐기기는 힘들겠구나 하다가도, 요즘 취업시장이 정말 불황이라던데 참 운이 좋았구나 하는 안도감도 생긴다.
사실 이 브런치는 스타트업에 다닐 당시 사회초년생으로서 느끼는 것들, 사회생활을 하며 배울 수 있는 점들 등을 정리하고 싶어 시작하게 된 브런치였다. 두번째 사회생활을 시작한만큼, (중고 신입… 사용감 거의 없는…) 그와 더불어 야심차게 시작했으나 한동안 죽어있던 내 브런치 또한 꼼꼼하게 쌓아올려보려 한다.
아마 다음 글은 첫 출근 소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기대되는 첫 출근이지만, 그 글에 긍정적인 표현들만 담겨있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