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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쿄 Jan 26. 2024

꼬들밥에 대하여

저 혹시 꼬들밥 좋아하세요?

또 꼬들밥이었다. 밥솥을 다시 닫으며 소리 질렀다. 아. 쉣.

나는 찰진 밥을 좋아한다. 특히 쌀이 맛있고, 갓 지은 밥일 경우에 윤기가 흐르는 밥은 정말 끝내준다.

꼬들밥을 못 먹겠다는 아니지만,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꼬들밥을 지었다. 이에 대하여 먼저, 물조절 또는 기본 레시피 설정값으로 이렇게 비슷하게 꼬들밥이 나오는 것인지, 아니면 다들 꼬들밥을 좋아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은근슬쩍 물어보면 꼬들밥을 좋아한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냥 별 생각이 없었다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 맛있게 먹었던 농협의 쌀 대신에 다른 쌀로 밥을 짓고 있었기에 그것도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내가 밥통을 열면, 항상 꼬들밥이었다. 나는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국에 말아먹거나, 약간 죽처럼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그냥 체념하고 먹었다.

요 근래 연속 5꼬들밥을 먹었고, 어그제에는 오래된 꼬들꼬들밥을 먹었더니, 본능적으로 찰진 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식사를 해왔던 것이다.


찰진 밥에 대한 나의 갈망은 점점 커져만 갔었다. 그러던 와중에 어젯밤 나의 턴에서 마침 밥솥이 비었고, 내일 아침, 즉 오늘 내가 밥을 지어놔야겠다고 생각하며, 밥솥을 씻어놓고 잤다.

그리고 조금 늦은 오전에 밥솥을 보니, 아. 누군가 밥을 해놓았다. 또 꼬들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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