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날씨는 맑고 해가 세상을 적절히 코딩해 주었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약간 쌀쌀한 날이었다. 해외로 나간다고 생각할 때면, 약간 낯선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대체로 별 감흥이 없었다. 가까운 곳 위치한 나라였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행이란 결국 겪고 나서야 이러이러했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시작하는 지점에는 실무적인 절차들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다. 예를 들면 공항에 몇 시간 전에 도착해야 좋은지, 혹은 위탁수화물에 걸리는 물건은 없는지 등 이 같은 것들뿐이다.
물론 이런 생각도 잠깐 들뿐이고, 나는 평소 쉬는 날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이동하는 도중에는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주변 풍경을 보거나, 이렇게 글을 쓴다. 나에게 글을 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평소에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잘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냥 쉽다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글쓰기를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억지로 적는 것보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을 때 적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둘 중에 굳이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후자인 셈이다. 어찌 되었든 무언가를 글로 적기 위해서는 이렇게 어딘가로 떠나는 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동기도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