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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부모 가족이 처음 맞은 가정의 달

5월이라 그런 걸까. 사실 잘 모르겠다.

by 김도비

그제는 아아, 어제는 따아, 오늘은 아라. 다른 듯 비슷한 하루를 늘 이어가지만 가끔은 말차 프라푸치노를 먹는 것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있기도 하다. 저녁 먹었는데 왕자가 엄마는 결혼을 했냐고 물어왔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집에서 결혼과 가족을 다루느라 그런가 보다 싶었다.


"했지, 그럼~ 그래서 공주랑 왕자가 있고, 아빠도 있잖아."


그런데 엄마는 왜 아빠가 싫었어?

말차 프라푸치노가 와사비 맛인 날이었다. 할말이 없었다. 브런치북 두 권으로 나눠 낼 만큼 할말이 많았지만 일곱 살 꼬마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방화벽 같은 아빠가 나를 해쳐서 엄마 너무 힘들었다고? 여러 날, 여러 해 동안 엄마는 남편 없는 사람으로, 너희는 아빠 없는 아이들로 살아야 했었다고? 엄마가 슬퍼졌는데 아빠가 엄마를 탓했다고?


“나중에 크면 얘기해 줄게.”

“엄마랑 아빠랑 같이 살면 좋겠어. 나 아빠 보고 싶어. 엄마는 아빠 안 보고 싶어?"

“으응, 엄마는 별로 안 보고 싶어.”


어린이집에서는 알려 주지 않을 와사비 맛 대답. 무슨 생각에 빠졌는지 알 수 없는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일렁이기 시작한 미안한 마음을 가라앉혔고, 차오르려는 눈물을 잘 눌렀다.


이제 어린이집 7세 반에 소문이 쫙 나려나. 아빠집 간다고 자랑하겠다던 왕자가 우리 엄마는 아빠 안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가정의 달에 맞지 않는 신기한 대답을 가서 온통 소문내고 오려나. 나는 모르고 싶다. 그냥 또 글이나 쓰고 눈이나 질끈 감는다.



(이미지 출처=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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