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엄마
여아가 칼에 찔렸다고 했다. 상처가 여기저기에 있었다니 무자비한 휘두름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나 보다.
장소가 초등학교라고 했다. 방학인데 아이가 학교에 있었다면 아이는 방과후 수업을 듣거나 돌봄교실에 가는 어린이였나 보다.
기사를 읽으며 나는 돌봄교실에 갔다가 물안경도 없이 수영장에 갔을 둘째가 생각났다. 아들도 초1이다. 남의 일인 듯, 그러나 꼭 남의 일만은 아닌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고서 퇴근했더니 둘째는 패딩 위에 수영장 가방을 둘러맨 채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엄마 전화 왜 안 받았냐고 했더니 전화 온 줄 몰랐다고 했다.
우리는 애들이 구정 때 너무 맛있게 먹어서 엄마가 또 주고 가신 등갈비김치찜과 반찬가게 반찬으로 저녁을 먹었다. 뉴스를 볼까도 싶었지만 돌봄교실이라는 말을 아이들이 들을까 봐 테레비를 틀지 않았다.
싱크대에 그릇 쌓아 둔 채로 누워서 쉬고 있는데 둘째가 다가와 대뜸 부재용이 뭐냐고 물었다.
“부재용? 모르겠는데? 어디서 나온 말이야?“
“제 휴대폰에 부재용이라고 써 있었어요.”
“아, 부재중이네. 부재중. 전화가 왔는데 못 받으면 부재중 전화가 왔다고 화면에 메시지가 떠.”
“아아, 그렇구나. 엄마한테도 왔고, 아빠한테도 전화가 왔어요.
아빠한테 전화해 보라고 했다. 돌봄 잘 다녀왔냐거나, 네 식구 단톡방에 “물안경이 안 보여요ㅠㅠ”라고 올린 얘기를 하거나, 중급반으로 올라간 일을 얘기하겠지.
한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날, 우리는 모처럼 혼내거나 싸우는 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했다. 자기 전에 “오늘은 모두 다 너무너무 잘했다. 안 싸우니깐 너무 좋지? 내일도 잘 지내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둘째는 오늘도 수저를 챙겨 돌봄으로 떠났다. (방학인데 왜 학교에 가냐는 말은 또 묵살했다.) 무탈하게 집으로 잘 돌아오기를. 집에 오면 패딩은 벗어 놓고 손도 씻고 만화책을 보든지 하기를.
(이미지 출처=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855341 )
•너무 이른 나이에 하늘로 떠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